[마감 후] 당황스러운 서울시 ‘아마추어 행정’

입력 2024-07-15 05:00 수정 2024-07-15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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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영 사회경제부 차장

지난주 오세훈 서울시장이 광화문광장을 국가상징공간으로 조성하는 것과 관련해 ‘해명’하는 장면은 낯설었다. ‘확신’과 ‘논리’로 무장한 채 숱한 공격을 돌파하던 그가 이날은 달랐다.

“태극기에 선입견이 형성돼 있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며 “이견이 많다고 하니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겠다”고 했다. 사실상 원점 재검토란 소린데, 그 말조차 시원하게 하질 못했다. 시민 의견을 폭넓게 수용하는 ‘유연함’으로 포장됐지만, 예상치 못한 융단폭격에 놀라 ‘퇴로’를 찾는 모양새에 가까웠다.

태극기 게양대 설치안 부실투성이 ‘의아’

돌이켜보면 방어선은 일찌감치 뚫렸다. 지난달 25일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에 100m 높이의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왜 100m인지 묻자 서울시 관계자는 “특별한 의미는 없다”며 “주변 건물보다 높게 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광화문광장 주변 건물 중 외교부 청사가 92m로 가장 높은데 그것보다 높은 수준에서 ‘그냥’ 100m로 정했다는 것이다. ‘디자인 서울’을 내걸고 도시경관 품격을 높이겠다던 포부치고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궁색했다.

갖다 붙이기 나름인 스토리텔링이 어려운 일도 아니다. 미국 뉴욕시는 2001년 9·11 테러로 무너진 쌍둥이 빌딩(세계무역센터·WTC) 자리에 ‘원월드트레이드센터(1WTC)’를 재건하면서 미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지었다. 첨탑을 포함한 높이는 미국 독립연도를 상징하는 1776ft(541m). 당시 뉴욕시장은 “뉴욕 맨해튼이 부활할 것”이라고 그럴듯하게 의미를 부여했다.

아군 단속에도 실패했다. 서울시 발표 후 국가건축정책위원회(국건위)와 국토부는 항의 공문을 보냈다. 국건위·국토부·서울시가 국가상징공간 지정을 협의 중인데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발표를 했다는 것이다. 서울시 균형발전본부는 국가상징거리(서울역~한남대교 남단) 조성만 해당되는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애초 광화문광장은 협의 대상으로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국건위·국토부와 MOU를 맺은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두 차례에 걸쳐 국가상징공간 후보 리스트를 제출했다. 여기엔 광화문광장도 포함돼 있다. 3자 협의체가 심의 중인 국가상징공간 후보 지역에 광화문광장이 이미 들어가 있던 셈이다. 부서 간 소통이 안 되고 있거나 ‘예스맨’만 있거나, 둘 중 하나다.

작전 지침에도 구멍이 있었다. ‘서울특별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3조는 광장 내 동상 및 조형물 등의 건립·이전·교체·해체 관련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09년 제정된 조례가 2017년 개정되면서 해당 조항이 추가됐다.

‘베테랑’ 서울시답지 않아 의혹 자초해

서울시가 지난달 25일 광화문광장 국기게양대 설치 일정을 공개할 때 열린광장시민위원회 심의 절차는 생략돼 있었다. 지난주 해명 과정에서 추가됐는데, 애초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알고도 무시했다면 더 큰 문제다.

외교, 국방을 제외하고 모든 걸 다루는 서울시, 그래서 작은 정부라는 자부심도 크다. 최근엔 북한 위협에 대응해 국방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번 일은 중앙정부를 선도한다는 ‘베테랑’ 서울시에서 벌어졌다고 하기엔 민망할 만큼 어설펐다. 서울시 작품이 아니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근거 없는 낭설일 테지만 ‘아마추어 행정’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0jung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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