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연 3.50%로 12회 연속 동결됐지만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는 줄줄이 오를 예정이다. 최근 가파른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은행들이 인위적인 금리 인상 조치에 나서고 있어서다. 하지만 이창용 한은 총재가 3년 만에 공식적으로 금리 인하 검토 발언을 하는 등 하반기 피벗(통화정책 전환)이 예고되는 데다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의 준거금리인 은행채도 지속 하락세를 보여 은행 대응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담대 고정형(혼합형·주기형) 금리는 이날 기준 연 2.86~5.67%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연 2.94~5.76%를 기록했던 금리는 금융당국의 엄포에도 하단이 연 2.8%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은행들은 부랴부랴 대출 금리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이날부터 대면·비대면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2%포인트(p) 올렸다. 국민은행은 불과 일주일 전 주담대를 비롯한 가계 부동산담보대출 가산금리를 0.13%p 인상한 바 있다. 우리은행은 12일부터 주담대 5년 주기형 금리와 전세자금대출 2년 고정금리를 0.1%p씩 높인다.
신한은행도 15일부터 금융채 5년물 금리를 기준으로 삼는 모든 대출 상품 금리를 0.05%p 상향 조정한다. 하나은행은 1일부터 주담대 감면금리 폭을 최대 0.20%p 축소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적으로 대출금리를 인상했다”면서 “본부조정금리를 축소하는 방식 등으로 금리 인상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담대를 대폭 늘렸던 인터넷전문은행들도 대출금리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케이뱅크가 9일부터 대환대출로 취급되는 5년 주기형 아파트담보대출 금리를 0.1%p 인상하고 전세대출 금리도 최대 0.15%p 올린 것. 카카오뱅크도 금리 인상을 검토 중이다.
은행들이 일제히 대출 문턱을 높인 것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아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은행권 지난달 주담대는 6조3000억 원이 불어났다. 작년 8월(7조 원) 이후 10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올해 상반기에만 26조5000억 원이 은행에서 주담대로 나갔다. 2021년 상반기(30조4000억원) 이후 가장 컸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 속도 관리를 주문하자 가장 손쉽게 금리 인상을 통해 조절에 나선 것이다. 통상 가계대출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하지만 시장 금리가 계속 내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인위적인 금리 인하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주담대 고정금리(혼합형·주기형)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연일 하락세다. 전일 해당 금리는 3.385%에 마감했는데 이는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이 이번 금융통화위원회를 통해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향후 시장금리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가계대출을 줄이겠다고 금리를 올리라는 단순한 방식으로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