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를 무기로 한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가 국내 패션 시장에 군침을 삼키며 파이를 키우는 모양새다. 중국산 제품의 일명 짝퉁(가품)·유해물질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국산 패션 브랜드사를 유치하는 한편 유명 배우를 모델로 기용하는 ‘친한(親韓)’ 마케팅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쌍방울의 속옷 브랜드 ‘트라이(TRY)’가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알리)의 한국 브랜드 전문관 ‘ K베뉴(K-Venue)’에 공식 입점했다. K베뉴에 국내 패션 브랜드사가 공식 입점한 건 처음이다. 그동안 K베뉴에 한국 식품 브랜드 유치에 힘써온 알리는 하반기부터 패션·뷰티 상품군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알리는 최근 패션 상품 기획자(MD) 인력도 대거 보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도 알리의 주력인 공산품, 신선식품을 넘어 패션·뷰티 카테고리까지 영향력 확대가 본격화됐다는 해석이다.
2022년 12월 한국 법인을 설립한 중국 패션 플랫폼 ‘쉬인’도 4월 말부터 한국 공식 홈페이지를 개설하며 국내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특히 국내 패션 메카인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첫 단독 팝업스토어를 8일부터 14일까지 연다. 쉬인은 서브 브랜드인 ‘데이지(Dazy)’의 첫 글로벌 앰배서더로 한국 유명 배우 김유정도 발탁했다. 한국 소비자들과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서다.
게다가 쉬인은 최근 국내 SPA 브랜드 등과 접촉하며 입점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쉬인은 온라인 플랫폼으로, 주문형 생산방식을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쉬인은 현재 중국을 제외한 150여 개국에서 패션 제품을 판매 중이다. 5달러 스커트와 9달러 청바지 등 저렴한 제품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C커머스가 잇달아 한국 패션 시장 공략 나선 이유는 높은 성장성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2월 및 연간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의류·패션 관련 상품의 작년 온라인 해외 직접 구매액(해외 직구)은 전년보다 43.5% 늘었다. 늘어나는 직구 수요에 힘입어, 한국 직접 진출을 택한 C커머스로선 가품 문제와 안전성, 품질 논란을 극복하는 것이 최대 과제다. 일례로 알리에 입점한 유명 패션 브랜드는 정가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어 가품이 계속되고 있다.
오픈 마켓 형태로 판매되는 쉬인의 경우, 가품 및 품질 관리 어렵다는 한계도 크다. 쉬인에서 팔고 있는 어린이용 장화에서 기준치보다 약 680배 높은 발암물질이 검출돼 논란이 일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들은 품질, 서비스 등 초저가를 내세운 C커머스 업체들의 성공 가능성 유무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유해 물질이나 낮은 품질에 대한 이슈가 지속 발생하는 등 소비자들의 불신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