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 노브랜드 전문점 19곳…일부 유럽국가 ‘리셀’ 판매도
국내외 시장 다지기 ‘투 트랙’…킬러 아이템ㆍ가격 안정 주력
이마트를 대표하는 자체 브랜드(PB ; Private Brand) ‘노브랜드(No brand)’가 내년이면 출범 10년을 맞는다. 2015년 이마트에서 첫선을 보인 이듬해 경기 용인에서 단독 매장을 열었던 노브랜드는 최근 이마트 계열사인 이마트24에 입점해 또 한 번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게다가 해외에서도 인지도를 높이고 있어 ‘한국 대표 PB’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14년부터 노브랜드 상품기획을 맡아 온 노병간 이마트 노브랜드 PL(Private Label)담당 상무는 7일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애초 취지는 저렴한 가격이라도 소비자들이 당당하게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자는 것”이었다며 노브랜드 탄생 배경을 전했다. 그는 “이런 PB 탄생은 이마트의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도 중요했는데, 적정 품질과 낮은 가격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시장조사를 치열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노브랜드가 그동안 출시한 상품 수는 무려 3000여 종에 이른다. 고객 반응에 따라 일부 제품은 단종하면서, 현재는 절반가량인 1500여 개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노브랜드 출범 초기 대표 상품으로 노 상무는 감자칩과 초콜릿을 꼽았다. 그는 “당시 노브랜드 감자칩 1봉지 가격(890원)이 해외 유명 감자칩(2700원)과 맛과 중량이 같아 반응이 좋았다”며 “노브랜드 초콜릿도 벨기에와 프랑스산 원료 등 고품질에 가성비가 높아 입소문을 타면서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노브랜드가 국내 대표 ‘가성비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면서, 이마트 내에 노브랜드를 넣는 숍인숍(Shop-in-shop) 전략과 전문점(단독 매장)으로 출점하는 ‘투 트랙’ 체제가 본격화됐다. 특히 노브랜드 전문점은 이마트로서도 상당히 도전적인 과제였다. 노 상무는 “오픈 전엔 사람들이 노브랜드 상품만을 사러 과연 매장을 찾을지, 넓은 매장을 노브랜드로 채우는 게 가능할지 걱정이었다”며 “정작 오픈해보니 가성비 상품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예상보다 많았고, 현재는 전국 250개 매장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브랜드는 해외시장까지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 수출 중인 노브랜드 상품은 800여 종이다. 가장 먼저 출점한 곳은 필리핀이다. 2019년 11월 필리핀에 첫 전문점을 열었고, 별다른 마케팅 없이도 ‘고품질 한국상품’ 인식 덕에 현지인들이 몰렸다. 현재 필리핀에 총 19개 노브랜드 전문점이 운영 중이며, 지난해 필리핀 노브랜드의 매출 신장률은 전년 대비 35% 수준이다.
노 상무는 “현지에 가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한국 노브랜드와 똑같이 영업 중”이라며 “ 상품에 의무 부착하는 내용 외엔 한국어 설명도 그대로”라며 “통관료, 마진 등이 판매가에 반영돼 있지만, 필리핀인들에게도 수입 제품 중 그나마 노브랜드가 부담이 덜한 가격이라는 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몽골과 베트남에서도 노브랜드 제품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베트남은 2022년과 2023년 각각 153%, 59%의 매출 증가율을 낼 정도로 노브랜드 인기가 뜨겁다. 연내 라오스에서도 이마트 내 점포 1곳과 노브랜드 전문점 2곳이 오픈 예정이다. 노브랜드가 정식 출점하지 않은 일부 유럽 국가에서도 상품이 유통되고 있다. 노 상무는 “현지 국가 수입상이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사들인 뒤 재판매(리셀)하고 있다”며 “그만큼 노브랜드 상품력이 인정받고 있는 증거”라고 했다.
다만 해외 매장의 경우, 현지인의 먹거리 문화나 생활습관 등이 국내와 달라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 예컨대 필리핀의 경우 외식 비중이 높아 밀키트나 냉장상품 판매가 쉽지 않다. 최근 K푸드 인기에 고추장 등 한국 식자재들이 다수 판매되고 있지만, 당장 떡볶이나 짜장라면 등 조리법조차 현지인들에겐 어려운 대목이다. 노 상무는 “해외 매장에서도 한국 라면이나 떡볶이 코너를 만들어 즉석 시연하는 것을 고민 중”이라며 “제품 매대 앞에 영상을 상영해 조리법을 알려주는 방안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노 상무는 고물가 장기화 등 대내외 악재 속에서도 국내외 판로 확대 등을 통해 계속 노브랜드 성장에 힘쓰겠다는 포부다. 최근에는 ‘이마트24 전용상품’을 출시해 수익성 확대와 계열사 지원 등 두 가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그는 “과거엔 매장 규모에 힘을 실었다면 최근엔 질적 성장과 수익에 집중하고 있다”며 “발품 팔아 원가절감 노력을 지속하고 박리다매 전략으로 고객 유입을 끌어내는 한편 킬러 아이템(우선 순위가 높고 핵심적인 상품) 개발도 노브랜드의 지속적인 목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