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베트남서 소주는 힙한 술”
시내 마트엔 현지 제조 ‘짝퉁’ 제품 수두룩
13일 베트남 하노이 중심가에 있는 일명 '맥주 거리' 타히엔에 들어서자, 밤 문화를 즐기려는 현지인과 외국인 관광객이 삼삼오오 모여 술을 마시는 광경이 펼쳐졌다. 거리 이름에 맥주가 들어가는 만큼 이곳을 찾은 이들 대다수가 맥주를 마시고 있었지만, 중간중간 한국인이라면 반가울 초록병도 보였다.
흥미로운 점은 베트남에서 소주는 우리나라처럼 저렴한 술이 아닌, 보드카나 데킬라처럼 다소 가격대가 있는 스피릿 주종으로 포지셔닝 돼 있다는 점이었다. 이날 맥주 거리 한복판에서 하이트진로 '청포도에이슬'을 마시는 현지인 여성 응우옌 안 톤 린(Nguyen An Ton Lin) 씨는 "K팝 아이돌 세븐틴을 좋아한다"며 "소주 1병 가격은 맥주 3병을 마실 수 정도라 저렴하진 않지만, 특별한 날에 진로 소주를 마시곤 한다"고 말했다.
맥주 거리 안 또 다른 가게에서 친구 2명과 진로 과일소주를 마시던 베트남의 한 여성은 "친구들과 복숭아맛 소주를 마시는 걸 좋아한다"며 "소주를 접한 지는 3년 정도 됐고, 한국 음식을 먹을 때 특히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맥주 거리에 있는 가게 대부분에서는 진로의 과일소주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메뉴판에 큼지막하게 과일소주 사진이 박혀 있는 곳도 흔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맥주 거리에 있는 주점 대부분에 진로 소주가 입점해 있다"며 "유흥 채널에서의 소주 1병 가격은 8000원 정도로, 이곳 물가를 고려했을 때 다소 비싼 편이며 가정 채널에서는 3500원 수준에 팔리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베트남에서 소주는 '힙한 술'로 통해 비싼 가격에도 찾는 젊은 세대가 많다"고 덧붙였다.
하이트진로는 맥주 거리에서 한국과 비슷한 방식으로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다. 판촉 직원이 일일이 테이블을 돌며 진로 과일소주를 추천하고, 구입해 맛보도록 하는 방식이다. 마시는 양에 따라 사은품을 지급하는 것도 한국 술자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과 유사했다. 이 때문에 맥주 거리에서는 진로(JINRO) 브랜드 고로가 박힌 옷을 입고 마스코트인 두꺼비 인형을 들고 다니는 판촉 직원들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자리를 옮겨 시내 후지마트(FUJI)로 향하니 주류 코너 단독 매대에 진로 소주가 진열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이트진로는 자사 소주를 효과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신규 매장에는 주류 매대 중 가장 좋은 자리를, 기존 매장은 단독 매대를 선점하는 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소주 옆에는 초록색 병에 한글 패키지를 입은 진로와 비슷한 느낌의 제품들도 많았다. 이 중에는 한국의 중소 업체가 수출한 제품도 있었지만, 현지 업체가 생산한 제품도 있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 예능이나 드라마를 통해 초록색 병이 소주라는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지 업체들도 소주를 내놓을 때 초록병과 한글 패키지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베트남 내 하이트진로의 소주 판매는 최근 3개년 연평균 약 31% 성장을 기록해 성장 중이며, 과일소주를 통해 기본 소주로 유입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