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난 배우 탕웨이는 남편인 김태용 감독과의 작업 대해 "한 작품을 통해서 호흡이 잘 맞았으면 다시 그 호흡을 이어가고, 연장하는 게 좋은 것 같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부부이기도 한 두 사람은 2011년에 개봉한 영화 '만추' 이후 13년 만에 영화 '원더랜드'로 다시 호흡을 맞췄다.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해 산 사람에게 영상 통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독특한 설정의 영화다.
'가족의 탄생'(2006)을 통해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에 관해 탐구한 바 있는 김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인간과 AI가 진실한 마음으로 교감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진다. 탕웨이는 영화에서 엄마와 딸을 두고 사망한 뒤 인공지능으로 복원된 고고학자 '바이리' 역할을 맡았다.
캐스팅 이유에 대해 김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면서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소통하는 얘기라고 말하니 탕웨이 씨가 흥미를 보였다. 하지만 시나리오가 발전할수록 '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까?'라며 고민하더라. 시나리오가 완성된 후 제작사 대표님이 바이리 역할에 탕웨이 씨를 제안해서 성사됐다"라고 밝혔다.
결혼 후 처음으로 감독과 배우로 만난 두 사람은 일과 현장을 넘나들며 많은 대화를 나눴다. 김 감독은 "탕웨이 씨는 노력하는 배우다. 또 질문이 많은 배우다. 다른 배우면 현장에서만 답하면 되는데, 집에서도 계속 질문하니 힘들기도 했다"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개인적 관계를 떠나 가장 좋아하는 배우"라며 탕웨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그녀가 어떻게 연기를 준비하는지, 영화 속 세계에 들어가기 위해 얼마나 자신을 옭아매는지를 보면서 더 존경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탕웨이는 "감독님이 오히려 내게 더 많이 질문했다"라며 "'그 상황이라면 어땠을 것 같아?'라며 계속 물었다. 감독님과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운 적이 있는데, 그런 것도 다 녹음했다"라며 응수했다. 이어 "내 안에 있는 걸 계속 파내려고 했다. 나중엔 '계속 파내세요'라는 마음이었다"라며 말했다.
감독이자 남편이기도 한 김태용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서 탕웨이는 "('만추' 때보다) 훨씬 더 익숙해져서 그런지 한 장면을 찍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의 시간이 단축됐다. 빨리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탕웨이가 연기한 바이리는 인공지능이지만,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은 인간과 같다.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사라진 셈이다. 이에 대해 김태용 감독은 "관계가 확장하는 데 대한 관심이 있었다"라며 "영화에서 구현되는 기술이 신비한 기술이 아니라 피부에 붙는 기술로 보이길 바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그리움에 관한 영화다. '죽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게 행복한 일일까?'라는 질문을 갖고, 다양한 이야기를 영화에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