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달에 ‘창어 6호’ 보낸 中, 우주청 반쪽 출범한 韓

입력 2024-06-03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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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달 탐사선이 인류 최초로 달 뒷면의 토양·암석 등 샘플 채취를 시작한다. 중국 국가항천국(국가우주국)은 ‘창어 6호’가 어제 달 뒷면의 ‘남극-에이킨 분지’에 착륙했다고 발표했다. 영상도 공개했다. 지난달 3일 발사된 지 약 한 달 만이다.

이번 탐사가 성공하면 중국은 우주산업에 또 큰 획을 긋게 된다. 앞서 중국은 2019년 세계 처음으로 달 뒷면에 탐사선(창어 4호)을 착륙시켰다. 뒷면 샘플 채취는 또 다른 도전이다. 중국은 ‘우주 굴기’에 의미 있는 진전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우주산업은 미래 국가순위를 좌우할 뜨거운 경쟁의 장이다. 경제적 가치도 천문학적이다. 2040년 시장 규모가 3400조 원 규모에 이를 것이란 분석도 있다. 우주여행, 자원 탐사 등 사업성이 무궁무진하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유럽연합, 일본 등 주요국이 모두 열을 올리는 이유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11월 달 유인 탐사선 ‘아르테미스 2호’를 발사한다. 여기서 성공하면 내년이나 내후년 우주비행사 2명을 달에 보내 일주일간 탐사활동을 하는 ‘아르테미스 3호’ 계획으로 넘어간다. 중국과 인도는 각각 2030년, 2040년까지 유인 우주선을 달에 보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한국도 일단 명함은 내밀었다. 한국판 나사를 꿈꾸는 우주항공청이 때마침 지난주 출범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개청 기념식에서 “2032년 달에 우리 탐사선을 착륙시키고 2045년 화성에 태극기를 꽂기 위한 스페이스 광개토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2027년까지 관련 예산을 1조5000억 원 이상 확대하고, 2045년까지 약 100조 원의 투자를 끌어내겠다고도 했다. 앞으로 육성할 우주 기업 1000곳 중 10곳 이상은 월드클래스로 성장시키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그러나 장밋빛 청사진에서 일방적 기대와 희망의 거품을 걷어내면 자못 민망한 현실이 드러난다. 우리는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가장 늦게 출범한 후발주자에 불과한 것이다. 우주항공청만 해도 총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반쪽짜리 출범이니 앞으로 채워야 할 것이 너무도 많다. 부처·산하기관 역할 재정립, 국가우주위원회 재구성 등 당면 과제 또한 산더미다.

더 치명적인 문제는 시간·자원이 절대 부족하다는 점이다. 뜨거운 경쟁 무대에 뒤늦게 진입한 후발주자가 한눈까지 팔면 우주를 향한 경쟁 대열에서 영구적으로 탈락할 수밖에 없다. 시간, 자원 낭비는 금물이다. 김승조 서울대 명예교수(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는 최근 “2030년대 초에는 달 주요 지역에 상당수 사람이 거주할 텐데 한국이 무인 착륙선을 보내 생뚱맞은 달 탐사를 시도한다는 것은 코미디처럼 보일 수 있다”고 했다. 낡은 청사진의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어찌 선택과 집중을 할지 숙고가 필요하다.

미·중을 비롯한 우주산업 선발주자들이 발 느린 추격자를 기다려줄 까닭이 없다. 발 빠른 추격자가 되는 것이 급선무다. ‘창어 6호’가 달의 뒷면에서 일구는 성과를 단순한 구경거리가 아니라 채찍질로 여겨야 제대로 된 방향 설정과 성찰이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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