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20곳 중 11곳 1년 새 자산ㆍ부채 만기 불일치↑…“유동성 대응력 강화해야”

입력 2024-05-29 05:00 수정 2024-05-2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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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4-05-28 17:46)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저축은행중앙회 “지난해 말 유동성 비율 법정 기준 상회”
1년 새 자산ㆍ부채 만기 불일치 심화한 저축은행 11곳
한국기업평가 “현행 유동성 비율 지표, 충분하지 않아”
단기조달-장기운용 특성 살피는 등 ‘실질 유동성’ 따져야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지난해 일부 대형저축은행의 자산ㆍ부채 만기구조 불일치가 1년 새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3개월, 1년 등 특정 기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대출금 규모가 예수금 대비 부족하다는 뜻이다. ‘단기조달-장기운용’ 등 업권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더욱 정교한 유동성 지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본지가 SBIㆍOKㆍ한국투자ㆍ웰컴 등 자산 규모 상위 20개 저축은행의 공시를 분석한 결과, 11곳의 자산ㆍ부채 만기 구조 불일치가 1년 새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SBI저축은행에서 3개월 내 만기가 도래하는 예수금(4조9686억 원)이 대출금(8282억 원)보다 6배 컸다. 2022년(4.9배)보다 예수금과 대출금 잔액 간 차이가 벌어졌다. OK저축은행은 2022년 말 기준 대출 대비 예금 비율이 155%였지만, 지난해에는 207%로 1년 새 52%포인트(p) 상승했다.

1년 내 만기가 도래할 예정인 예금의 비중이 커진 곳도 지난해 말 기준 20개 저축은행 중 절반에 달하는 9곳으로 집계됐다.

3개월 또는 1년 등 특정 기간 내 만기가 도래하는 예금 잔액은 많은데 그에 비해 같은 기간 만기가 도래하는 대출 잔액이 줄고 있다는 것은, 저축은행이 소비자에게 내줘야 할 돈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대출 상환으로 들어올 돈은 적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단기조달-장기운용의 특징이 저축은행업권에서 두드러지는 건 예ㆍ적금이 저축은행의 사실상 유일한 자금조달 창구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은 예금 등 수신상품 판매로 자금을 유치해 대출 영업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한다. 이때 예수금은 저축은행의 부채, 대출금은 자산으로 분류된다.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상황 즉, 소비자가 맡겨둔 예금이 회수될 대출금보다 많으면 갑작스러운 대규모 예금인출 등이 발생하는 경우, 이에 대응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등 ‘유동성 리스크’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법정 기준인 유동성 비율 자체가 1년 사이 악화한 곳도 5곳에 달했다. OK·NH·KB·IBK·DB저축은행 유동성 비율의 평균값은 지난해 말 기준 157.6%로, 전년 214.6%보다 57.1%p가량 줄었다. 유동성 비율은 갑작스러운 현금 유출이 발생할 때 금융사의 대응능력을 평가하는 지표다. 저축은행은 상호저축은행업 감독규정에 따라 이 비율을 10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해 말 실적 발표 당시 업권 전체의 유동성 비율이 192.07%으로 ‘충분한 수준’이라고 대응했다.

다만, 저축은행의 ‘실질 유동성’은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저축은행에서 예금 상품이 통상 1년 단위로 만기가 도래해 빠져나간다는 점을 고려하고 예금자 보호 수준을 넘어서는 5000만 원 이상의 예금 비중, 퇴직연금 확정급여(DB)형과 확정기여(DC)형 취급 현황 등을 살펴 실질적인 유동성 수준을 따져야 한다는 평가다.

김경무 한국기업평가 평가기준실 실장은 “예컨대 퇴직연금 DC형의 경우, 대부분 개인이 운용하기 때문에 금액이 적어서 위험요인이 크지 않지만, DB형은 기업이 거액으로 가입한 것이기에 예금 유출에 따른 리스크가 클 수 있다”며 “현재 지표가 단기 조달 상황 등 업권 특성을 반영하지 못해 신용평가 시 특정 회사의 유동성 수준을 충분히 커버하지 못하고 있어 (지표의) 정교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김정현 전문위원은 ‘최근 국내외 금융회사 위기 사례의 교훈, 비은행금융업권의 리스크 관리 개선 과제’ 보고서를 통해 “스트레스 상황을 가정한 유동성 대응력 평가를 위해 유동성 자산을 현금화 가능한 고유동성 자산으로 제한해 인정하고, 부채에 대해서도 만기도래 이외에 자금유출 가능성을 세부적으로 분석해 필요 유동성을 산출해야 한다”며 “비은행금융업권의 유동성 리스크 관리 체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자금조달 방식이 예ㆍ적금 유치밖에 없는 저축은행 특성상 단기적인 조달이 많고, 대출 만기는 반대로 길어서 예금-대출 만기 불일치 문제는 늘 존재하는 위험이지만, 특히 최근 업황이 좋지 않아 더 신경을 쓰고 있다”며 “이를 대비하기 위해 정기예금ㆍ적금, 보통예금 비중을 조정하고, 만기가 다양한 상품을 갖추는 등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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