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전 국내 관광시장을 주름잡던 ‘유커(游客, 중국인 단체관광객)’ 특수가 사라지면서 면세점업계와 호텔업계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유커 의존도가 컸던 면세점업계는 장기 침체 국면에 빠진 반면,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투숙객 다각화에 성공한 호텔업계는 모처럼 실적 회복세다.
19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이 28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58억 원 흑자에서 적자 전환했다. 롯데면세점은 작년 3분기 이래 3개 분기 연속 적자 행진 중으로, 누적 적자만 537억 원이다.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신라면세점의 1분기 영업이익은 59억 원으로 전년 대비 77%나 줄었고, 신세계면세점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72억 원으로 작년보다 17.1% 감소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도 작년 1분기 영업손실 157억 원에서, 1년 만에 52억 원으로 대폭 줄였으나,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초 외국인 관광객 약 340만 명이 방한, 코로나19 이후 분기 최대 규모를 기록하며 관광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그럼에도 면세점 매출이 방한 외국인 수만큼 회복되지 않는 이유는 유커 회복이 더디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방문 유커는 101만 명으로, 2019년 1분기와 비교하면 76% 수준이다.
반면 호텔업계는 유커 비중이 면세점보다 낮고 다양한 국적의 투숙객이 늘고 있어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호텔롯데의 별도기준 호텔부문(롯데호텔앤리조트) 1분기 매출은 2765억 원으로 4.6% 증가, 작년 동기에 기록했던 최대 매출을 새로 썼다. 영업손실은 147억 원으로 전년(173억 원) 대비 15% 가량 적자폭을 줄였다.
호텔신라 호텔·레저부문의 경우, 1분기 영업이익은 62억 원으로 작년(93억 원)보다 33% 줄었지만, 매출은 1501억 원으로 지난해(1436억 원)보다 5% 늘어 선전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호텔 부문은 1분기가 비수기임에도 매출이 늘고 있고, 신라스테이가 꾸준히 호실적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호텔앤리조트 역시 외국인 관광객 투숙객이 늘면서 1분기 매출 1308억 원, 영업이익 54억 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9.6%, 35% 증가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최근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지만, 유커 회복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 면세업은 실적 개선이 더딘 상황”이라면서 “호텔의 경우 투숙객 국적이 상대적으로 다양해 해외 관광객 회복에 따른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호텔업계는 외국인 관광객 수요에 부응해 사업 다각화에 나선다. 롯데호텔앤리조트와 호텔신라는 ‘위탁 운영 방식’으로 사업을 키워갈 계획이다. 위탁 운영 호텔을 통해 국내 사업자에게 브랜드를 빌려주고 로열티를 받아 수익을 내는 구조다. 이 때문에 부동산을 직접 매입·임차할 때 발생하는 자금운용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안정적으로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롯데호텔앤리조트는 해외에서 총 13개의 체인 호텔·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다. 그 중 위탁 운영 호텔은 총 5개다. 롯데호텔앤리조트는 향후 현재 5개소인 위탁 운영 호텔을 더욱 늘리고, 신속한 신규 사업지 발굴로 수익을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에선 6월 오픈 예정인 ‘L7 해운대’를 시작으로 호텔사업 확장을 재개한다.
호텔신라는 비즈니스호텔 브랜드인 ‘신라스테이’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신라스테이는 현재 서울, 제주, 부산, 여수 등 전국에서 15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제주 이호테우 해변에 레저형 호텔인 ‘신라스테이 플러스’를 처음 선보이기도 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리스크가 적고 확장성이 좋은 신라스테이를 중심으로 국내외에서 확장할 계획”이라며 “입지에 따라 새로 선보인 신라스테이 플러스도 늘려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현재 운영 중인 총 9개 사업장의 투숙율을 꾸준히 높이는 동시에 리테일 부문의 지속적인 신상품 출시 및 라인업 확대, 클럽조선 멤버십 혜택 확대 등 다방면으로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