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석주의 컷] '새벽의 모든'이 타인의 마음을 관찰하는 방법

입력 2024-05-02 15:29 수정 2024-05-02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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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장면 어땠어?" 영화관을 나오면서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다. 전반적으로 괜찮은데 특별히 할 말이 없는 영화가 있고, 흠이 있지만 특정한 장면이 뇌리에 남는 영화가 있다. 전자가 평범한 영화라면, 후자는 매력적인 영화일 것이다. 결국 좋은 영화란 장면이 기억에 남는 영화다. 한 편의 영화를 하나의 장면을 통해 알아보자.

▲영화 '새벽의 모든' 스틸컷 (전주국제영화제)
▲영화 '새벽의 모든' 스틸컷 (전주국제영화제)

후지사와(카미시라이시 모네 분)와 야마조에(마츠무라 호쿠토 분)는 '쿠리타 과학'이라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이 회사는 교육용 현미경과 망원경을 제작하는 업체다. 두 기구의 공통점은 물체를 확대한다는 데 있다. 현미경은 아주 작은 물체를, 망원경은 아주 멀리 있는 물체를 확대한다.

후지사와와 야마조에가 그리 유망하지 않은 쿠리타 과학에 근무하게 된 이유는 각각 PMS(월경 전 증후군)와 공황장애를 가지고 있어서다. 이로 인해 기존 직장에서 어쩔 수 없이 밀려나 쿠리타 과학에서 만난 두 사람은 처음에 불화하지만,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배려하면서 점차 마음을 연다.

그들은 쿠리타 과학에서 제작하는 현미경과 망원경처럼,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때론 현미경으로 자세히 관찰하고, 망원경으로 멀리서 관찰하기도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라본다는 데 있다.

영화에는 몸 상태가 나빠진 후지사와가 급히 조퇴하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후지사와는 깜빡하고 휴대폰을 회사에 놓고 조퇴한다. 야마조에는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후지사와의 휴대폰을 갖다 주러 자전거를 타고 그녀의 집으로 간다.

이 에피소드는 야마조에가 회사에서 출발하고, 후지사와의 집에 도착하는 두 장면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미야케 쇼 감독은 그렇게 찍지 않는다. 감독은 야마조에가 후지사와의 집으로 가는 여정을 길게 묘사한다. 야마조에는 도로를 가로지르고, 횡단보도를 건너며, 오르막길에선 잠깐 내려 자전거를 끌고 가기도 한다.

이 같은 비효율적인 장면 진행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도착이 아니라 도착의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후지사와의 집 앞에 도착한 야마조에는 휴대폰을 문 앞에 놓고 다시 회사로 돌아간다. 후지사와를 배려하기 위해 굳이 대면해서 전달하지 않는다. 회사로 돌아오는 길에 야마조에는 붕어빵을 사서 동료들에게 나눠준다.

처음에 야마조에는 후지사와가 늘 먹을 것을 사서 동료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불만이었다. 나중에 야마조에는 그 이유가 PMS로 인해 동료들에게 짜증 부린 뒤 미안해서 하는 행위였다는 걸 알게 된다. 야마조에는 조퇴한 후지사와를 대신해 나눔의 행위를 수행한다.

두 사람이 현미경과 망원경을 통해 들여다본 것은 상대방의 마음이 아니라 삶의 풍경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 버티고 견디며 사는 생의 과정에서 서로를 배려하며 공존해야 한다는 것. 후지사와는 야마조에를 통해, 야마조에는 후지사와를 통해 그 풍경을 본 것이다.

그 시선은 상대방의 마음과 삶의 풍경을 경유해 나로 향한다. 인간은 절대로 자신의 모습을 직시할 수 없다. 나를 직시할 수 있는 건 오직 타인이다. 그래서 인간 옆에는 늘 다른 인간이 있다. 우리는 그 인간을 친구라고 부른다.

북극성이 유난히 빛나는 이유가 '방향을 알려주는 친절한 별'이기 때문이라는 영화 속 대사는 의미심장하다. 섣부른 참견이나 위로가 아닌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는 별. 좋은 친구 역시 그렇다. '새벽의 모든'이 사람의 마음을 관찰하고 치유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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