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수요 감소에도 ‘N차 인상’에 비판 쇄도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보복소비 등으로 꾸준히 실적 성장곡선을 그려왔던 명품업계가 울상이다. 엔데믹으로 인해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여행 등을 통해 현지에서 명품 직접구매에 나서면서, 주요 명품브랜드의 한국법인은 일제히 실적 감소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수익성 악화에도 주요 기업은 본사 배당금을 늘리는가 하면 국내에서만 유독 가격인상 기조를 이어가고 있어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16일 경영컨설팅기업 베인앤드컴퍼니(Bain&Company)에 따르면 2021년 31.8%, 2022년 20.3%에 달했던 글로벌 명품 시장의 성장률은 지난해 3.7%에 그쳤다.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경기 악화로 고가 사치품에 대한 소비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적으로 명품 수요가 줄어들자 주요 브랜드를 보유한 한국법인의 성장세도 꺾였다. ‘샤넬’을 운영하는 샤넬코리아가 전날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은 272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4% 줄었다. 당기 순이익도 2197억 원으로 29% 감소했다. 같은 기간 ‘루이비통’의 한국법인 루이비통코리아의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31.3% 줄어든 2867억 원을 기록했다. 당기 순이익은 2177억 원으로 전년보다 42.7% 급감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을 전개하는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312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6% 감소했다. 2022년 영업이익 성장률이 전년 대비 53.1%였던 점을 고려하면 성장세가 크게 꺾였다.
예물 시계 대명사인 스위스의 ‘롤렉스’를 운영하는 한국로렉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6억 원으로 전년 대비 85.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3억 원으로 94.9% 대폭 쪼그라들었다. ‘오메가’, ‘해밀턴’ 등을 전개하는 스와치그룹코리아의 지난해 영업이익도 139억 원으로 전년 대비 73.4% 줄었다. 지난해 매출도 17.5% 감소한 3079억 원을 기록했고, 순이익은 80.4% 줄어든 74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실적 악화에도 주요 명품 브랜드의 한국법인은 오히려 해외 본사로 보내는 배당금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샤넬코리아는 지난해 2975억 원의 배당금을 본사에 지급했다. 이는 전년 대비 0.8% 늘어난 금액이다. 루이비통코리아는 전년 대비 68.7% 늘어난 3800억 원의 배당금을 프랑스 본사에 지급했다.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는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디올홍콩법인(67.80%)과 프랑스 본사(32.20%)에 지난해 2148억 원의 배당금을 책정했다. 전년 대비 30.4% 늘어난 규모다.
이들 기업은 사회공헌도의 핵심 지표인 국내 기부금도 최근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의 지난해 기부금은 고작 1900만 원대에 그쳤고, 루이비통코리아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0원이었다.
명품업체들은 이 와중에도 국내에서만 ‘가격인상’ 기조를 이어가고 있어 소비자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한 해 동안 몇 번의 가격인상을 단행해 ‘N차 인상’의 대표주자격인 샤넬은 올해 1월 주얼리와 시계 등의 품목에 대해 새해 첫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이어 2월에는 뷰티 제품의 가격을 5~10% 인상했고, 지난달엔 인기 가방 제품을 6~7% 인상하며 올해만 벌써 세 번째 가격을 올렸다.
디올은 올 1월 대표 인기 제품인 로즈드방, 디올아무르, 젬디올 등 고가 라인 귀걸이·팔찌·반지 등의 가격을 12% 이상 올렸다. 루이비통도 2월 일부 가방 제품의 가격을 5% 안팎으로 인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