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불안증후군’은 다리를 가만히 두거나, 잠이 들기 전 다리가 저리고 불편해지는 질환이다. 국내에서는 10명당 1명이 경험할 정도로 흔하지만, 환자마다 증상이 다양해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하고 불필요한 치료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증상을 방치하면 수면 장애가 발생하고 피로도 높아져, 제때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단순히 다리가 자주 저리고 불편하다고 해서 하지불안증후군으로 진단하지는 않는다. 특징적인 조건이 있는데, 첫째는 다리가 불편한 느낌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을 들어야 한다. 둘째는 이런 증상이 누워 있거나 앉아 있을 때와 같이 가만히 있을 때 발생하고, 악화한다. 셋째는 움직일 때는 증상이 없어지고, 밤에 잠을 자려고 누워 있을 때 악화한다.
다리에 느껴지는 불편감은 환자마다 유형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다리가 쑤시는 듯 근질거리는 느낌, 잠을 자려고 하면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 따끔거림, 타는 느낌, 전기가 오르는 느낌, 칼로 찌르는 느낌, 가려움 등의 다양한 불쾌한 감각을 호소한다. 이로 인해 환자는 잠들기 어렵고 자주 깨어나는 불면증을 호소하게 된다. 활동이 왕성해야 할 낮에도 피곤하거나 의욕 저하, 우울감 등이 동반돼 사회활동에 지장을 주고 삶의 질을 저해한다.
하지불안증후군의 증상은 매우 다양하면서 다른 질환과 유사한 면이 많다. 이 때문에 허리디스크, 하지정맥류, 야간다리 경련, 말초신경질환 등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한참 활동하는 낮에는 크게 불편하지 않고, 아무 움직임이 없는 밤에만 증상이 나타나 잠을 이루지 못한다면 하지불안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
유전적 요인이 하지불안증후군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뇌의 도파민 부족 역시 발병 원인으로 추정된다. 도파민을 만드는 아미노산인 타이로신이 뇌에서 레보-도파로 변환될 때는 철분이 필요하므로 철분의 부족도 원인으로 거론된다. 빈혈이 있는 경우, 빈혈이 빈번하게 나타나는 임신 중인 경우, 철분결핍이 흔히 나타나는 만성신장 질환, 요독증 환자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하지불안증후군은 가벼운 운동, 발과 다리 마사지나 족욕, 철분 섭취를 통해 호전될 수 있다. 유산소 운동은 평소 심박수보다 2배 이내, 시간은 30분 이내가 적당하다. 유산소보다 더 추천되는 것은 요가나 스트레칭이다. 잠자기 1~2시간 전에 다리를 이완시키는 스트레칭을 하면 도움이 된다. 마사지나 찬물과 뜨거운 물을 번갈아 하는 족욕도 도움이 된다. 다만 뜨거운 물로만 하면 체온을 올려 더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대증요법 이후에도 증상개선이 어렵다면 약물치료가 효과적이다. 일차적으로는 도파민 작용제(dopamine agonist)가 쓰이는데, 이 계열 약물의 복용으로 80~100% 환자에게서 증상이 조절된다.
다만, 해당 약은 고용량으로 오래 복용하면 하지불안증후군 증상이 더 심해지는 증강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될 수 있으면 필요할 때만, 적은 용량으로 복용해야 한다. 철분을 보완해주는 요법을 시행해 증상을 경감하기도 한다.
신원철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는 “’감각자극을 뇌로 전달되는 회로를 차단하는 알파-델타리간드 계열의 통증 조절 약물을 사용할 수도 있다”라며 “항히스타민제 등을 포함한 여러 약물, 커피, 탄산음료 등에 들어있는 카페인, 알코올 등의 복용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신 교수는 “철분이 많이 든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라며 “시금치, 조개류, 콩, 두부, 고기, 생선, 통곡물, 다크초콜릿 등이 적합하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