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인 제약업계에서 여성 리더로 살아남은 법

입력 2024-03-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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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베링거인겔하임, 일·가정 양립 가능한 기업 문화 펼쳐

▲한지화 한국베링거인겔하임동물약품 반려동물 사업부 이사와 황인화 한국베링거인겔하임 인체의약품 스페셜티케어 사업부 전무가 회사로고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베링거인겔하임)
▲한지화 한국베링거인겔하임동물약품 반려동물 사업부 이사와 황인화 한국베링거인겔하임 인체의약품 스페셜티케어 사업부 전무가 회사로고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베링거인겔하임)

매년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1908년 3월 8일 미국 여성 노동자들이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화재로 숨진 여성들을 기리고 근로여건 개선과 참정권을 요구하며 시위를 한 것에서 시작됐다. 유엔(UN)은 1977년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했고, 우리나라는 2018년 법정기념일로 공식 지정했다.

올해 세계 여성의 날 테마는 ‘포용하기(Inspire Inclusion)’로 여성을 위한 보다 포용적인 세상을 만들자는 뜻이 담겼다. ‘포용’은 전 세계 모든 여성이 직장·가정·커뮤니티 등 다양한 곳에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고, 인종이나 나이 등에 관계없이 모든 분야에서 그들의 노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의 날’을 맞아 일찌감치 양성평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기업 문화 구축에 노력을 기울이는 글로벌 제약기업 한국베링거인겔하임 여성 임원 2명을 만났다.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황인화 한국베링거인겔하임 인체의약품 스페셜티케어 사업부 전무와 한지화 한국베링거인겔하임동물약품 반려동물 사업부 이사는 “회사의 기업 문화가 일·가정 양립에 큰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8일 한국베링거인겔하임에 따르면 보수적인 제약업계에서 이 회사의 여성 임원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인체의약품 사업부 여성 임원 비중은 60% 이상이며, 동물약품 사업부도 그 비중이 약 50%에 달한다.

▲한지화 한국베링거인겔하임동물약품 반려동물 사업부 이사가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베링거인겔하임)
▲한지화 한국베링거인겔하임동물약품 반려동물 사업부 이사가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베링거인겔하임)

한 이사가 근무하는 반려동물 사업부는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구충제와 예방접종 백신, 치료제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반려동물 보호자에게 최고의 제품을 제공해 궁극적으로 동물 복지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황 전무가 리더로 있는 스페셜티케어 사업부는 폐암 치료제 ‘지오트립’,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치료제인 ‘바헬바’와 ‘스피리바’, 간질성 폐질환 치료제인 ‘오페브’ 등이 대표 제품이다. 환자들에게 적절한 치료 옵션을 개발하고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한 이사는 “국내 기업을 다니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여성의 임원 승진은 매우 힘들다고 들었다. 또 남성들이 주로 업무를 주도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은 진급이나 업무 배정 등에 있어 성별로 인한 차별이나 불평등을 걱정해본 적이 없다”고 소개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재택근무를 시범 운영해 왔고, 현재도 주 2~3회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 직원들과 긴 호흡을 두고 같이 성장해 간다는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한 이사는 “자신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출퇴근 시간을 단축하는 만큼 재택근무 시 하루를 길게 쓸 수 있고 집중도 잘 된다. 회사에 출근하는 날에는 미팅 위주로 진행할 수 있어 효율적인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인화 한국베링거인겔하임 인체의약품 스페셜티케어 사업부 전무가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베링거인겔하임)
▲황인화 한국베링거인겔하임 인체의약품 스페셜티케어 사업부 전무가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베링거인겔하임)

여성 임원의 비율이 높은 이유에 대해 황 전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직원의 성장과 역량 개발을 추구했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직원 성장을 위한 기업문화와 제도가 성별로 인한 차별 등을 경험하지 않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는 “사내 리더급 직원과 1:1 매칭해 대화할 수 있는 멘토링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나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여성 리더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서로 간에 동지애가 생긴다. 과거 멘토링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이제 멘토로서 여러 도움을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에선 출산휴가나 육아 휴직에 대해 눈치 볼 필요 없는 ‘당연한 권리’로 여긴다. 황 전무는 “가정에 일이 생겨서 엄마라는 존재가 필요할 때 걱정 없이 가정을 돌볼 수 있도록 조직에서 많은 배려를 해준다. 최근 많은 기업이 일과 가정의 양립을 강조하고 있는데,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은 이 부분을 진심으로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 전무는 싱가포르에서 동남아 및 한국 지역 마케팅 책임자로 4년간 일한 경험이 있다. 두 아이의 엄마인 황 전무는 “10년 이상 이쪽 업계에 있으면서 새로운 경험과 배움에 대한 갈증을 느껴 싱가포르로 이동하게 됐다. 베링거인겔하임이 잠재력 있고 준비된 인재에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Cross-Move 제도를 적극적으로 장려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정을 우선시하는 ‘패밀리 퍼스트(Family First)’ 문화도 잘 적용돼 있어 일과 가정 모두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이러한 기업문화가 발달한 이유는 팀 내에 빈 자리를 뒷받침해줄 수 있도록 협업이 잘 돼 있어서다. 일과 가정 두 가지가 양립함에 있어서 편안함을 느끼고 업무에 매진할 수 있게 해줬다”고 덧붙였다.

동물약품산업에서는 상대적으로 여성 리더를 찾기 어렵다. 특히 동물약품산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축산 관련 단체에서는 여성 임원 비율이 극도로 낮은 편이다. 한 이사는 “부서원 33명 중 브랜드 매니저 4명이 모두 여성이고, 사업부 전체에서는 총 8명으로 대략 25%를 차지한다. 앞으로 반려동물 산업이 계속 성장하며 더 많은 여성 전문인력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가족에게 보여주는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황 전무는 “코로나19 시기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데 아이가 ‘귀하는 재택근무임에도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칭찬하고자 합니다’라고 적힌 상장을 만들어서 준 적이 있다. 회사에 다니면서 사회가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 인해 아이들에게 엄마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려주고,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미소지었다.

▲한지화 한국베링거인겔하임동물약품 반려동물 사업부 이사와 황인화 한국베링거인겔하임 인체의약품 스페셜티케어 사업부 전무가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베링거인겔하임)
▲한지화 한국베링거인겔하임동물약품 반려동물 사업부 이사와 황인화 한국베링거인겔하임 인체의약품 스페셜티케어 사업부 전무가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베링거인겔하임)

여성 임원으로서 조직을 운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한 이사는 모두가 같은 목표를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팀에서 소외당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서로가 존중하고 인정하며 격려하고 위로해줄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개인이 가진 장점을 확인하고, 이를 더 적극적으로 계속 개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업무 효율을 늘리고, 개인의 성장에도 도움을 줄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황 전무는 “혼자서 모든 일을 할 수 없기에 팀으로 행동하는 것”이라며 “리더로서 각 팀원이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어떻게 이끌지 고민해야 한다. 직장은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곳으로 돈을 버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팀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리더로서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황 전무는 “여성이 일과 가정 두 가지 모두를 양립하기 위해선 긴 관점으로 봐야 한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 어떠한 삶을 원하고, 살고 싶은지에 대한 시간을 가지면서 살았으면 한다”고 힘줘 말했다.

사회에 한 걸음 내딛는 여성 후배, 동료들에게도 조언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한 이사는 “열정이 계속될 수 있도록 조절하는 능력,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지속적인 자기 계발, 주변 사람들에게 베풀기 등을 한다면 리더가 되지 않더라도 보람이나 즐거움,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전무는 “어느 행동을 하건 배울 점을 찾는 게 좋다. 넘어졌다고 무릎이 까진 것만 생각하면 일어설 수 없다. 실패를 통해 배우는 걸 내 것으로 만들면 하루하루가 어제와 다른 내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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