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도수 인하로 원가 ↓ ·판매량↑ 기대
주류업계가 소비자의 달라진 음용 습관에 주목해 소주의 도수를 낮추는 전략을 표면화하고 있다. 특히 소주시장 점유율 1위인 하이트진로가 ‘참이슬 후레쉬’의 도수를 경쟁사 제품인 ‘새로’와 같게 낮추면서, 주류업계의 ‘저도주 경쟁’이 격화할 조짐이다.
14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이날 제조공법과 도수 등을 전면 리뉴얼한 참이슬 후레쉬를 출시했다. 최근 MZ세대가 선호하는 저도주 트렌드를 반영, 자사 소주 제품 중 소비자 선호도가 가장 높은 참이슬 후레쉬의 도수를 16.5도에서 16도로 낮춘 것이다. 다만 소주 본연의 맛을 원하는 소비자가 찾는 ‘참이슬 오리지널(20.1도)’과 레트로 붐으로 인기를 얻은 ‘진로 이즈백(16도)’은 기존 도수를 유지했다.
참이슬 후레쉬는 제조 공법도 바꿨다. 대나무 활성 숯을 활용한 정제과정을 4번에서 5번으로 늘려 잡미와 불순물을 한 번 더 제거했다. 패키지 디자인도 대나무를 형상화한 서체로 변경, ‘대나무 5번 정제’를 전면에 배치했다. 또 참이슬을 상징하는 이슬방울은 기존보다 진한 파란색으로 변경해 청량감을 높였다.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후레쉬 리뉴얼은 ‘건강하고 부드러운 맛’을 원하는 소비자 수요를 적극 반영, 소주 시장이 계속 도수를 낮춰 온 경향과 맥을 같이 한다. 하이트진로가 1924년 첫선을 보인 ‘진로’의 도수는 35도였다. 이어 1965년 30도, 1973년 25도, 1998년 23도로 계속 도수를 낮춘 후 2006년에 처음으로 20도 이하인 19.8도까지 낮아졌다. 이후에도 소수점 단위의 도수 인하가 이어지다, 한동안 16.5도에 머물렀다. 그러다 충청지역 소주업체 맥키스컴퍼니가 지난해 14.9도의 ‘선양’을 출시하면서 ‘15도의 벽’이 깨지기도 했다.
저도주의 높은 판매량도 추가적인 도수 인하가 가능성이 커지는 이유다. 롯데칠성음료(롯데칠성)가 2022년 9월 선보인 ‘새로’ 소주는 저도수와 무가당을 앞세워, 소주 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새로의 매출은 1256억 원을 달성했고, 덕분에 롯데칠성의 소주 시장 점유율도 2022년 16.6%에서 지난해 20.7%로 껑충 뛰었다. 롯데칠성은 새로의 인기에 힘입어 올 1분기 내 ‘처음처럼’까지 리뉴얼 해, 소주 시장 점유율 확대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소주 업계가 가격 인상 대신 도수를 낮추는 ‘꼼수’로, 주정(酒精)값을 아껴 원가절감 효과를 노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알코올 도수를 낮추려면 주정에 물만 희석하면 돼 원가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실제 알코올 도수를 1도 낮출 때마다 약 6원가량 원가를 아낄 수 있어, 도수를 0.5도 낮추면 한 병당 주정값을 3원가량 아낄 수 있다. 게다가 저도주 소주는 기존 소주보다 순해 목 넘김이 좋고, 취기가 덜해 판매량이 늘어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구본자 대경대 세계주류양조학과 교수는 “주류업체들이 도수를 낮추는 가장 표면적인 이유는 젊은 층의 음주량이 늘면서 순한 소주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며 “동시에 도수를 낮추면 주원료인 주정에 드는 비용이 줄어들어 원가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