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에 종속된 K-게임…“업계 성장통 이겨내야”

입력 2024-01-3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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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0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제2테크노밸리기업지원허브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일곱번째, 상생의 디지털, 국민권익 보호'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제2테크노밸리기업지원허브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일곱번째, 상생의 디지털, 국민권익 보호'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게임사의 체질 개선이 불가피해졌다. 그동안 국내 게임업계가 주 수익모델로 삼아왔던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부의 규제 칼날이 더해지면서다. 뒷걸음질하는 매출은 확률형 비즈니스모델의 한계를 보여줬다. 확률형 아이템 기반의 모바일 다중접속역할게임(MMORPG) 위주에서 벗어나 장르와 플랫폼을 다변화하고, 새로운 지식재산(IP)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30일 게임 업계 등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확률정보 조작 등으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3월 22일부터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제도를 본격 시행한다. 전자상거래법상 동의의결제를 도입해 게임사들이 피해를 입은 이용자들에 직접 보상을 하게 된다. 게임 아이템 소액사기 관련 수사 인력도 대폭 확대된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에서 무작위로 제공되는 아이템으로, 게임 유저가 이를 구매하면 게임사가 정한 확률에 따라 아이템이 제공된다. 과거 국내 게임업계에서 월 정액제 등 게임의 유료화를 도입하려 했으나 유저들의 반대 목소리가 심하자 부분 과금식으로 확률형 아이템이 도입됐다. 이 수익모델은 유저가 원하는 아이템을 단번에 얻을 확률이 희박해 다른 유료 상품과는 비교 불가한 높은 수익성을 기록했다.

이에 확률형 아이템은 국내 게임업계의 성장을 도왔다. 특히 확률형 아이템 도입이 용이한 모바일 MMORPG 등에 접목되며 ‘리니지’ 시리즈가 국내 게임업계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리니지의 개발사 엔씨소프트를 제외한 여타 게임사들은 리니지의 흥행을 따라 비슷한 장르의 게임을 양산해내며 이른바 ‘리니지 라이크(리니지와 비슷한 게임)’라는 유행이 생겨났다.

그러나 확률형 아이템과 MMORPG 일변도는 국내 게임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낳았다. 유저들이 리니지라이크 게임에 흥미를 점차 잃자 이들 게임의 매출 하락과 신작 부진으로 많은 게임사들은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에서 확률형 아이템 등의 규제 강화를 예고하자 국내 게임사들의 주가는 맥을 추지 못했다.

정부가 칼을 빼들자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초 공약에서부터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내걸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넥슨의 메이플스토리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116억4200만 원을 부과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민생토론회에서 “먹튀 게임에 대해 철저하게 대응하겠다”며 확률형 아이템 규제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이번 규제는 국내 게임업계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동양대 게임학부 김정태 교수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를 통해 게임업계의 문화가 바뀔 것”이라면서 “플레이어들도 과거 ‘린저씨’들이 4050에서 많게는 60대가 되고, 젊은이들로 세대교체가 되고 있는 만큼 이들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게임들을 보여주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다만 구조 자체를 정부가 나서서 바꾸도록 강제하는 것보다 게임업계의 자발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교수는 “게임사들이 현재의 확률형에 의존하는 BM(비즈니스 모델) 구조를 바꿀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건 맞지만 이를 정부 규제라든지 법으로 강제하는 건 한계가 있다”면서 “플게임사들이 저마다의 게임을 창작해내는 문화가 되도록 자정 작용을 독려하고 응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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