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은 초기 자각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아, 정기 검진을 받지 않으면 실명까지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한번 손상된 시신경은 되돌릴 수 없는 만큼 예방이 최우선이다.
‘소리 없는 시력 도둑’이라 불리는 녹내장은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과 함께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선정한 3대 실명 질환이다. 안압 상승이나 혈액 공급에 장애가 생겨 눈 속에 있는 시신경이 손상되는 녹내장은 초기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다. 주변 시야가 천천히 좁아지는데 말기까지 중심 시력이 보존되는 경우가 많아 발견이 늦다. 증상을 인지하고 나면 이미 말기녹내장까지 진행된 경우가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녹내장 환자 수는 2018년 90만8115명에서 2022년 112만691명으로 5년 사이 23% 증가했다. 고령층에서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40세 미만 젊은 환자도 증가세를 보인다.
보통 정상 범위의 안압은 10~20mmHg 범위 안에 있다. 이보다 높은 경우 고안압이라고 한다. 안압이 높을수록 시신경이 손상돼 녹내장이 발병할 위험이 더 커진다. 따라서 평소 안압이 높아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건강검진에서 안압이 높으면 반드시 안과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외에도 안압이 정상 범위에 있더라도 시신경이 흐르는 혈류 장애 등으로도 녹내장이 생길 수 있어 주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 특히 고도 근시가 있거나 녹내장 가족력이 있는 이들이라면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게 좋다.
조기에 발견하게 된다면 지속적인 관리로 실명을 예방할 수 있다. 40세 이후라면 연 1회 녹내장 검사를 받고, 더 진행이 되지 않도록 치료를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녹내장 환자가 금주 시 실명 위험을 크게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김영국 서울대병원 안과 교수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기반으로 2010년부터 2011년 사이 녹내장을 처음 진단받음 음주자 1만3643명의 음주습관 변화 여부에 따른 실명 위험도를 2020년까지 추적 분석한 결과를 지난해 10월 발표했다. 그 결과, 금주를 결심한 환자들은 녹내장 진단 후 음주를 지속한 환자들에 비해 실명 발생 위험도가 약 37% 낮은 것을 확인했다.
김 교수는 “녹내장을 새롭게 진단받은 환자들에게 술을 줄이거나 끊도록 하는 생활 습관 개선 권고는 녹내장 관리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생활습관 교정이 만성질환을 극복하는 데 효과가 있음을 증명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