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툴리눔 톡신 기업들이 ‘지방분해 주사제’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대웅제약, 메디톡스, 휴젤 등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서 경쟁하는 3사가 새로운 시장에서 다시 맞붙을지 주목된다.
1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지방분해 주사제 개발이 한창이다. 대웅제약이 선점한 시장에서 메디톡스와 휴젤이 추격하는 양상이다.
현재 턱밑 지방 개선을 적응증으로 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정식 허가를 받은 제품은 대웅제약 ‘브이올렛’(성분명 데옥시콜산)이 유일하다. 데옥시콜산은 비가역적으로 지방세포를 파괴하는 작용기전을 가졌다. 지방 크기를 일시적으로 감소시키는 여타 윤곽 시술과 달리 효과가 장기간 유지되는 것이 특징이다.
브이올렛은 2021년 8월 허가된 이후 현재까지 국내 시장을 독점했으며, 해외 허가는 획득한 바 없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브이올렛은 2023년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100억 원을 돌파했다”라고 말했다.
한국엘러간이 브이올렛과 동일한 성분의 지방분해 주사제 ‘벨카이라’를 2017년 8월 허가받았지만, 수익성을 이유로 2020년 12월 허가를 취하하고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후 지난해 한국비엠아이가 한국엘러간을 상대로 제기한 소극적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벨카이라 관련 특허 3건에 대해 모두 ‘청구성립’ 심결을 얻어 데옥시콜산 제제 출시가 가능해졌다.
최근 메디톡스는 식약처에 ‘뉴브이’ 품목 허가를 신청하며 대웅제약 독주 시장에 참전을 선언했다. 메디톡스가 신청한 적응증은 ‘중등증 및 중증 턱밑 지방 개선’으로 브이올렛과 동일하다.
다만 성분은 ‘콜산’으로, 데옥시콜산 성분 주사제보다 계면 활성이 낮아 통증, 부종, 멍, 색소 침착 등 이상 반응이 적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메디톡스는 올해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기존 제품과 연계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휴젤도 턱밑 지방 분해를 적응증으로 신제품 ‘HG301’을 개발 중이다. HG301은 휴젤이 2020년 미국의 바이오벤처기업으로부터 임상 1상이 종료된 상태로 도입한 파이프라인으로, 2상 임상시험 계획(IND) 신청을 준비 중이다.
기업들은 기존 주력 사업인 보툴리눔 톡신 및 필러 제품과 지방분해 주사제의 시너지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나보타’, 휴젤은 ‘보툴렉스’, 메디톡스는 ‘메디톡신’을 대표 제품으로 보유하고 있다. 나보타와 보툴렉스는 지난해 3분기 기준 각각 1133억 원, 1197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및 필러 제품 매출은 1338억 원으로 집계됐다.
미용·성형 시장의 성장세도 신제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한국IR협의회 기업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20년부터 글로벌 미용·성형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11%를 상회해, 올해 약 198억 달러(26조47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비수술적 방식 지방 축소 시술 시장은 약 1억 5000만 달러(1970억 원)로 추정된다.
미용·성형 관련 업계 관계자는 “국내 지방분해 주사제 시장은 형성 초기 단계지만, 비침습적 방식의 미용 시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기존 필러와 보툴리눔 톡신으로 마케팅 기반이 형성돼 있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