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급여 부당청구 뒤 폐원ㆍ재개원한 의사들…법원 “과징금 처분 가능”

입력 2024-01-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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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을 제재 회피수단으로 악용…법 공백 생길 수 있다”

▲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연합뉴스)
▲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연합뉴스)

요양급여 등을 부당하게 청구해 보건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뒤 병원을 폐업하고, 새롭게 개원한 의사들에게 과징금을 부과한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7일 서울행정법원 제1부(재판장 강동혁 부장판사)는 의사인 원고 A 씨와 B 씨가 보건복지부 장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천안에서 공동으로 병원을 운영하던 의사 A 씨와 B 씨는 2017년 4월 복지부의 현지조사 과정에서 위반 사항 다수를 지적 받았다.

위반 사항은 △진찰료 산정기준 위반청구(1540만 원) △건강검진 후 요양급여 비용 이중청구(1137만 원) △의약품 부당 청구(964만 원) △비급여대상 진료 후 요양급여비용 청구(3685만 원) △비급여대상 진료 후 요양급여비용 이중청구(91만 원) 등으로 3년간 총 7300만 원의 부당금액을 수령했다.

복지부 장관은 2021년 3월 이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들에게 30일의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는데, 원고들은 위반 사항이 발견됐던 2017년 공동 운영하던 해당 병원을 이미 폐쇄하고 곧장 각각의 병원을 새롭게 열어 영업하는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원고들의 요청을 받은 복지부는 ‘영업정지 30일’ 대신 ‘과징금 2억2141만 원’을 처분했고, 건강보험공단도 7326만 원에 해당하는 요양급여비용을 환수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원고들은 “해당 사건의 의료기관을 폐업했고 새로운 의료기관을 개설해 운영 중이므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건 위법하다”면서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요양기관(병원 등)이 폐업해 업무정지 처분이 가능하지 않은 경우 국세체납 처분의 예에 따라 과징금을 징수하는 것도 가능함을 명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제재 대상이던 병원을 폐업해 ‘영업정지 30일’ 처분을 내릴 수 없어졌다고 하더라도, 해당 병원을 운영하던 원고들에게 그에 상응하는 과징금을 징수하는 건 여전히 가능하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제재 처분을 받을 우려가 있는 요양기관을 폐업한 후 다른 요양기관을 개설해 운영하는 등 회피 수단으로 폐업을 악용함에 따라 업무정지와 과징금 부과가 모두 불가능한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면서 “이 사건과 같이 요양기관이 폐업해 업무정지처분이 실효성이 없는 경우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수단으로서 과징금 처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부과된 과징금이 과도해 보건 당국이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것이라는 원고의 주장 역시 기각됐다.

재판부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을 도모하고 그 운영상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요양급여비용을 엄격하게 통제ㆍ관리해야 한다”면서 “요양급여비용을 부당청구한 요양기관을 제재함으로써 유사한 사례의 재발을 방지해야 하므로, 공익상 필요가 이 사건 과징금부과처분을 통해 원고들이 입게 되는 개인적 불이익에 비해 결코 낮지 않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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