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대웅제약의 당뇨병 신약 ‘엔블로정’(성분명 이나보글리플로진)이 국산 신약 36호로 허가된 후 1년이 지났지만, 새로운 신약 탄생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다만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연구개발(R&D) 강화를 통해 신약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어, 37호 신약 탄생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제일약품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스타프라잔’이 국산 신약 37호의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자스타프라잔은 올해 3월 중국 제약사 리브존파마슈티컬그룹과 총 1억2750만 달러(약 1600억 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면서 효능과 안전성에 대해 인정을 받았다.
자스타프라잔은 위식도역류질환 등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에서 기존 프로톤펌프저해제(PPI)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되는 차세대 칼륨경쟁적 위산분비차단제(P-CAB) 계열 약물이다. 올해 10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2023 유럽소화기학회(UEGW 2023)’를 통해 자스타프라잔 임상 3상 데이터가 공개됐고, 대조약과 비교해 약효와 안전성 측면에서 열등하지 않다는 것을 입증했다.
제일약품은 올해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자스타프라잔의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따라서 내년 상반기 중 국산 신약 37호로 허가될 가능성이 크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통상 품목허가 이후 9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리는 것으로 안다”면서 “내년 상반기 중 승인받고, 약가 평가와 급여 등의 절차를 거쳐 내년에 출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자스타프라잔 외에 동아에스티의 과민성 방광염 치료제 ‘DA-8010’, LG화학의 통풍치료제 ‘티굴릭소스타트’,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 등도 37호 신약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하지만 DA-8010과 티굴릭소스타트는 국내 임상 3상을 진행 중이고, 세노바메이트는 2019년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받았지만, 국내 허가를 위한 임상 절차 과정에 머물러 있다.
임상 3상이 3~5년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신약 허가 소식이 늦어질 수 있다. 반면 업계에선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기술력이 충분한 만큼 새로운 신약 탄생 소식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부회장은 “1년이라는 짧은 주기로 신약 개발이 안 되고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면서 “신약 개발을 마라톤에 빗대어 보면, 40㎞ 이상 시점에 있는 파이프라인이 많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산·학·연 인프라와 기술력, 비즈니스 능력 등을 갖추면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좋은 결실을 보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