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미국 경제 잘 나가지만 바이든은 죽 쑤는 이유

입력 2023-11-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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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호 국제경제부장

유럽ㆍ중국 침체 속 미국 나 홀로 성장
민주ㆍ공화 대립에 정치 혐오 커져
그만큼 불행 느끼는 미국인도 많아져
분열 극복할 통합 리더십 보았으면

최근 미국 상황을 살펴보면 가장 의아하게 느껴지는 일이 있다. 경제는 잘 나가는데 왜 미국인들은 불안해하며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바닥을 치는가.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율 4.9%로 2021년 4분기 이후 2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실업률은 3.9%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직전인 2020년 1월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유럽이 경기침체의 수렁으로 빠져들어 가고 있고 중국도 부동산 개발사 채무불이행(디폴트)과 사상 최고 수준의 청년실업률 등으로 휘청거리는데 미국 경제만 나 홀로 고공행진 하는 셈이다.

그러나 미국인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를 듯하다. CBS방송이 6일(현지시간)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이 안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한 비율이 73%에 달했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은 40%에도 못 미친다.

미국인이 불행한 이유에 대해 인플레이션만을 탓하기는 모호하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지난해 6월 9.1%로 정점을 찍은 뒤 3.7%까지 떨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제는 괜찮은데 미국인은 왜 우울한 모드에 있는가’라는 제목의 최근 기사에서 이런 미스터리를 풀 실마리를 제공했다.

WSJ에 따르면 이런 현상의 이면에는 의심할 여지 없이 정치적 양극화가 한몫하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 모두 자신의 당이 백악관을 장악하면 경제가 좋아지고, 반대당이 집권하면 경제가 나빠진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WSJ는 8월 퀴니피액대 여론조사에서 두 정당 지지자 중 절반 이상이 자신의 개인적 상황을 ‘매우 좋음’이나 ‘좋음’으로 평가했지만, 미국 경제 전체에 대해서는 민주당 지지자의 58%가 ‘그렇다’라고 답한 반면 공화당 측은 5%에 그쳤다는 것을 예로 들었다.

그렇다면 양당 지지자가 거의 50대 50으로 팽팽한 상황인데 어째서 미국에 대한 비관론은 70%가 넘는지, 바이든 지지율은 40%도 안 되는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이것도 정치적 대립이 극도로 심화한 결과가 아닌지 싶다. 트럼프는 차치하더라도 바이든 대통령도 당파성을 짙게 보이면서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다. 그만큼 국민의 피로감도 극도로 커진 것이다.

케빈 매카시가 지난달 3일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하원의장에서 해임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정치 전문가 중 누구도 매카시 전 의장이 축출될 것을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민주당 의원들이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중지)을 피하기 위한 임시 예산안에 합의했던 매카시 전 의장 해임안에 만장일치로 찬성표를 던질 것임은 과거 정치 구도라면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새로운 하원의장으로는 친트럼프 의원으로 매카시보다 더 강경 보수인 마이크 존슨이 뽑히게 됐다. 민주당이 결국 대화와 타협 대신 분열과 대립을 택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된 근본적인 이유에는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는 의원들의 얄팍한 계산이 있다. 정치 양극화가 심화하고 상대방에 대한 혐오가 극심해질수록 중도파가 설 자리가 사라지는 대신 탄탄한 팬덤을 지닌 강경파 정치인이 득세하기 쉽다. 바이든도 트럼프를 극도로 혐오하는 유권자들이 없었다면 대통령이 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양극화는 부메랑처럼 돌아와 바이든을 치고 있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전쟁을 치를 때 대통령 지지율이 높았다. 고난을 극복하기 위해 대통령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는 인식에서다. 분열과 혐오만이 남아서 미국인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이 시대에 바이든이 그런 지지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바이든은 자신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받고자 한다면 당장 대화에 나설 일이다. 하다못해 트럼프와 진솔하게 얘기하자. 나라가 어려우니 제발 도와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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