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삼성전자, 위기를 대비할 새 ‘신경영’이 필요한 때

입력 2023-10-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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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인데도 불구하고 위기인 것을 모르는 게 진짜 위기다. 방송인 유재석씨가 했던 말이다.

반도체 시장에서는 한 번의 위기가 한 기업의 흥망성쇠를 가를 정도로 중요하다. 1973년 오일 쇼크 당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미국은 투자를 줄였다. 반대로 일본은 투자로 늘렸다. 결국 미국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퇴장했고, 일본은 이후 15년 간 시장을 석권했다. 위기 판단에서 승패가 갈렸다.

보통 위기는 평온한 상황에서 시작된다.

삼성전자는 2010년 이른바 세 번째 메모리 반도체 치킨 게임에서 승리한 이래 지금까지 업계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D램과 낸드 플래시는 2위와 큰 격차로 1위다. 방심하기 딱 좋은 평온함이다.

그러나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분위기가 바뀐다.

파운드리 분야 1위 TSMC와 격차가 더 벌어졌고, 낸드 플래시는 합병이라는 이슈가 불거졌다.

파운드리는 점점 투자에서 밀리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설 투자액은 약 15조 원이다. 같은 기간 TSMC는 45조 원으로, 삼성전자보다 3배 많았다. 가뜩이나 업계 1위인 TSMC가 이미 앞서는 상황에서 3분의 1 수준 투자로는 따라갈 수 없다. 낸드 업계는 점유율 2·4위인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 합병이 화두다. 두 기업 합병 시 1위인 삼성전자를 뛰어넘는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더 적극적인 제스처를 취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한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인피니온, 브로드컴 같은 기업은 작은 곳부터 시작해 점차 시장 파이를 키워나갔다”며 “삼성전자는 이미 크고, 확실한 시장에만 투자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고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TSMC 역시 지금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미래에 유망한 기업이라고 판단되면 먼저 고객으로 모신다.

자체 성장이 어렵다면 인수·합병(M&A)과 협업 전략도 고려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2017년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한 이후 사실상 M&A를 멈춘 상황이다. 실제로 퀄컴은 누비아를, AMD는 자일링스를 각각 인수하면서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몸집을 키워나가고 있다.

유재석씨는 '위기인 걸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더 큰 위기'라는 말도 했다.

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서 ‘신경영’을 선포한 지 30년이 지났다. 위기임을 깨닫고, 이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신(新) 신경영’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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