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광수 "퀴어영화, 장르·소재 다양해져…프라이드영화제 특징"

입력 2023-10-1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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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서 내달 2일부터

멜로와 커밍아웃 중심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퀴어영화의 장르와 소재가 정말 다양해졌다.

▲18일 서울 아트나인에서 열린 '2023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의 모습. (송석주 기자)
▲18일 서울 아트나인에서 열린 '2023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의 모습. (송석주 기자)

18일 오전 서울 동작구에 있는 아트나인에서 열린 '2023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기자간담회에서 김조광수 집행위원장은 저변이 넓어진 한국 퀴어영화에 대해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김 집행위원장은 "과거에는 '퀴어도 사랑이다'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는 영화들이 많았다. 장르도 멜로가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호러ㆍ스릴러ㆍ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와 소재의 영화가 등장하고 있다"며 "이런 추세는 이번 영화제의 특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올해로 13회째를 맞은 영화제는 다양성ㆍ포용ㆍ자긍심ㆍ연대ㆍ교류 등 다섯 개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국 퀴어영화의 저변 확대에 힘쓰고 있다.

성소수자 영역에만 국한하지 않고 동물권 이슈를 포함해 난민, 장애인 등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사회적 소수자들과의 연대를 지향하는 영화제다.

김승환 프로그래머는 "영화제가 시작한 13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제작된 단편 퀴어영화가 1년에 10편 미만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한국 단편 부분에만 총 107편이 출품됐다"며 "지난 13년간 10배가 넘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올해는 총 39개국 116편의 영화가 관객들을 찾을 예정이다. 동유럽 성소수자 인권 운동의 역사를 만날 수 있는 '슬로베니아 단편 컬렉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김 프로그래머는 "서유럽과 달리 동유럽 성소수자들의 상황은 우리나라보다 좋지 않다"며 "특별히 이 프로그램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설명했다.

▲'2023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포스터
▲'2023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포스터

개막작은 조지 맥케이 주연의 2023 베를린영화제 화제작인 '펨므'다. 동성애 혐오로 삶이 무너진 '줄스'라는 인물의 이야기를 스릴러 장르로 녹여낸 작품이다.

폐막작에는 이겸 감독의 '아메랄드'로 선정됐다. 패션지 데이즈드 코리아의 편집장이기도 한 이 감독은 패션을 사랑하면서 각각의 사연으로 비행기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는 네 청춘들의 이야기를 독창적 형식의 로드무비 장르로 풀어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 감독은 "패션계에서 20년 넘게 일하면서 모아둔 옷들을 친구들과 영상으로 기록하겠다는 취지로 시작한 작품"이라며 "어렸을 때 일본을 가다가 비행기가 불안정하게 도착하면서 이후로 비행기 공포증이 생겼는데 그때의 나를 위로해주고 싶었다. 여기에 패션, 음악, 관계, 꿈 등의 소재를 넣었다"고 말했다.

간담회 끝에 김조광수 집행위원장은 영화진흥위원회의 내년 영화제 예산 삭감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국회의원들을 만나 설득하는 중인데, 쉽지가 않다"며 "국제영화제의 경우 외국 작품들이 많아서 상영료나 번역료에 큰 비용이 든다. 여러 영화제 관계자들이 관객들과 함께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영화제는 2019년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아 '한국퀴어영화사'을 시작으로 '한국트랜스젠더영화사', '한국레즈비언영화사', '한국게이영화사'까지 연작 시리즈를 잇달아 출간했다. 올해엔 각 책의 일부 챕터를 따로 묶어 '한국퀴어영화전집'을 영문판으로 발간했다.

발간 업무를 담당한 이동윤 프로그래머는 "영문 번역을 잘 진행해서 단순히 한국에서의 아카이빙 작업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유수의 한국 퀴어영화들이 소개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제는 내달 2일부터 8일까지 총 7일간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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