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위스키 업체들이 한국을 중요 시장으로 삼고, 특히 MZ세대를 겨냥해 맞춤 마케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의 위스키 수입량이 눈에 띄게 늘자, 보다 적극적으로 시장 장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9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페르노리카코리아, 윌리엄그랜트앤선즈 등 위스키 업체들은 최근 ‘한국 유일’을 강조한 행사를 잇달아 열고 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4일 ‘로얄살루트 21년 리차드 퀸 에디션 2’을 한국에서 가장 먼저 출시했다. 이번 한정판은 영국 패션 디자이너 리차드 퀸과 협업해 선보이는 제품이다. 리차드 퀸의 시그니처 패턴인 장미 꽃잎과 하얀색 물방울 도트가 검은색 병에 수놓아진 ‘오렌지 로즈’, 진한 녹색 병에 데이지 플라워 패턴이 그려진 ‘데이지’ 2가지로 선보였다.
프란츠 호튼 페르노리카코리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국은 세계 문화산업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만큼 우리의 혁신 제품을 이곳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윌리엄그랜트앤선즈가 전개하는 위스키 발베니도 ‘발베니 60년’ 출시를 기념한 전시를 한국에서만 운영한다. 이달 7~20일, 약 2주간 진행하는 전시에서 발베니 60년 제품을 전시하고 브랜드의 역사를 알린다.
발베니 60년은 발베니에서 60년간 근무한 전설적인 몰트 마스터 데이비드 스튜어트에 보내는 찬사 같은 제품이다. 몰트 마스터는 위스키의 전체적인 기획, 설계, 개발은 물론 숙성 방법, 품질 등을 관리하는 사람으로 발베니 증류소가 있는 스코틀랜드에는 단 15명만 있다. 71병만 한정 생산됐고, 이 중 2병이 한국에 왔다. 3억3000만 원을 호가하는 제품이지만 2병은 정식 론칭도 전에 이미 팔렸다.
바카디코리아도 지난달 프리미엄 버번위스키 ‘엔젤스 엔비’를 아시아 지역 중 한국에 우선 출시한다고 밝혔다. 엔젤스 엔비는 버번 업계의 전설적인 마스터 디스틸러 링컨 헨더슨이 만든 브랜드다.
위스키 업계 국내 2위인 디아지오코리아도, 4월 스카치위스키 ‘조니워커’에 2220년 서울의 모습을 담은 ‘조니워커 블루 노마드 시티 서울 에디션’을 선보이며 한국 시장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위스키 업체들이 최근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최초·한정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것은 한국의 시장 잠재력이 풍부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위스키가 중장년층의 술로 인식됐다면, 이제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희소성 있는 위스키 열풍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우리나라의 위스키 수입량은 급증하고 있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스카치·버번·라이 등 위스키류 수입량은 2만2779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6267톤)보다 4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젊은 층이 주로 하는 위스키 해외직구 금액도 2018년 약 26억1005만 원에서 지난해 약 344억277만 원으로 1218%가량 증가했다.
발베니 60년 전시를 기념해 내한한 찰리 멧칼프 발베니 글로벌 엠배서더는 한국 시장의 잠재력을 인정하면서 “위스키는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열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