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에 낀 아프리카] 미·중·러의 아프리카 러브콜, 이유는

입력 2023-09-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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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vs. 중·러, 앞다퉈 아프리카에 러브콜
풍부한 천연자원·해상무역·젊은 인구 매력 높아
중·러, 아프리칸 식량 안보 지원책 발표
중국은 무역 강화·러시아 안보 지원 강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세번째)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 마지막날인 24일(현지시간) 아프리카 주요 국가 정상들과 기념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세번째)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 마지막날인 24일(현지시간) 아프리카 주요 국가 정상들과 기념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냉전이 끝난 지 약 30년이 지난 지금 세계 질서는 우크라이나가 촉발한 ‘신냉전’으로 구조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 속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세력 규합에 나서면서 아프리카 국가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이들은 틈만 나면 아프리카 주요국 정상들과 만나는 자리를 만들거나 앞다퉈 식량 지원을 발표하고 나서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22일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담에서 아프리카에 대한 식량 지원 계획을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브릭스 정상회의 화상 연설에서 아프리카에 대한 곡물 지원 협상이 마무리 단계라면서 우선 아프리카 6개국에 2만5000~5만 톤(t)의 곡물을 무상으로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프리카는 유엔에서 가장 큰 대륙으로 전체 투표권의 28%를 차지한다. 아프리카 국가들을 우방으로 끌어들이느냐에 따라 자신들이 내세우는 대의를 보다 쉽게 국제사회에 관철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대표적인 사례가 1971년 중국의 유엔 가입이다. 당시 중국은 아프리카에 적극적인 공세를 펼쳐 유엔 가입에 성공했다. 중국의 유엔 가입에 대만은 유엔과 모든 유엔 산하기구에서 퇴출됐다.

특정 결의안을 통과시키거나 부결시킬 때도 아프리카의 표심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데, 특히 개발도상국과 최빈국 표를 얻었다는 강력한 ‘윤리적’ 무기가 되기도 한다.

아프리카가 서방과 중국, 러시아의 러브콜을 받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넘쳐나는 천연자원이다. 특히 아프리카는 2차전지,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등 첨단 산업에 필요한 자원이 풍부하다.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은 세계 코발트 공급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짐바브웨는 아프리카 1위, 세계 6위 리튬 생산국이다. 이와 별개로 알제리와 앙골라, 나이지리아는 막대한 석유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해상 무역에서도 아프리카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아프리카 북동부를 가로질러 인도양과 연결되는 홍해 항로는 연간 세계 무역의 10%를 차지한다. 이에 중국은 일찌감치 해상 실크로드 계획에 홍해 항로를 포함하고, 이 일대 국가 간 항만 인프라 사업에 뛰어들었다.

▲니제르 쿠데타 군부 지지자들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니아메에서 프랑스군 주둔에 반대하는 시위 도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진을 들고 있다. 니아메/EPA연합뉴스
▲니제르 쿠데타 군부 지지자들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니아메에서 프랑스군 주둔에 반대하는 시위 도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진을 들고 있다. 니아메/EPA연합뉴스
‘젊은 인구’가 많다는 점도 매력이다. 중국을 비롯해 서방 모두 급격한 인구 고령화를 겪고 있지만, 아프리카는 청소년 인구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지역이다. 2030년까지 전 세계 청소년의 42%가 아프리카 지역 청소년일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아프리카에 대한 구애를 일찌감치 시작했지만, 접근방식은 서로 달랐다. 호주 매체 더컨버세이션은 중국이 최대 무역 파트너로서 입지를 다지며 경제적 관계 강화에 나섰던 반면 러시아는 무역 대신 안보 파트너라는 인식을 심는 데 중점을 뒀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해 기준 아프리카에 1641억 달러(약 217조 원)를 수출, 1175억 달러어치를 각각 수입하며 단일국가로는 아프리카 최대 무역 파트너가 됐다. 러시아는 소련 시절 반서방 성향 정권에 군사 원조를 제공하며 아프리카 국가들과 연을 맺은 이후 2014년 크림반도 강제 병합 후 서방 제재가 본격화하자 아프리카로 다시 눈을 돌려 군사 협력, 자원 외교를 강화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군사 쿠데타로 친미 성향 정부가 무너진 서아프리카 니제르 수도에서는 러시아 국기와 푸틴 대통령의 사진을 들고 쿠데타 군부를 지지하는 시위대가 등장했다.

다만 서방과 중국·러시아의 러브콜이 쇄도하는 상황에서 아프리카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느 한쪽 편을 드는 것보다 균형을 잡을 때 더 많은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컨버세이션은 “아프리카는 가능한 한 많은 파트너와 무역을 할 때 가장 큰 이익을 얻었다”면서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특정 부분에서 무역을 이어가고 있으며, 어떤 부문의 무역은 오히려 성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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