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일그러진 지갑上] 韓기업 재주 넘고…'OTT 공룡'이 돈 챙겼다

입력 2023-06-22 05:00 수정 2023-06-2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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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수익 1조원
IP없는 제작사, 고작 250억원 벌어
성과 대비 불합리한 수익구조에
"韓 투자금, 자사 IP에 투자하는 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의 등장 이후 한국 콘텐츠 시장이 변곡점을 맞고 있다. 넷플릭스의 차별화된 콘텐츠 개발 방식에 의존하면서 창작 생태계와 제작비, 해외 마케팅, 지식재산권(IP) 등에서 우리 기업들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넷플릭스와 K콘텐츠 간의 상생 관계를 구축한 성과와 별개로 국내 기업이 추가 수익을 분배받지 못하는 불공정 계약 방식과 플랫폼 종속에 대한 문제도 논의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 콘텐츠 시장에서 넷플릭스는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제작 환경, 창작자의 권한 보장, 글로벌 배급망 등을 앞세워 강력한 우군으로 떠올랐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가 25억달러(약 3조2000억 원)의 투자 선물을 안긴 데 이어, 20일부터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방한했다. K콘텐츠로 성과를 낸 만큼 한국의 잠재력을 인정한 행보다.

그러나 국내 콘텐츠 기업들은 서랜도스 CEO 방한에 기대감이 엿보이지만 마냥 웃을 순 없는 상황이다. 시장에 활기가 돌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지만 넷플릭스와 수익구조 문제에 대한 회의감이 깊다. 오징어게임을 비롯해 한국 콘텐츠의 인기에 전 세계 국가들을 상대로 막대한 매출을 올리면서도 정작 그에 걸맞은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서다. 이는 IP를 넷플릭스가 보유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따른다. 오징어게임을 제작한 싸이런픽쳐스는 넷플릭스에 IP를 넘기고 투자를 통해 콘텐츠를 제작했다. 그 결과 오징어게임의 전 세계적인 흥행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가 1조 원 가량을 벌어갈 때 제작사가 손에 쥔 것은 250억 원에 그쳤다. ‘피지컬:100’의 경우에도 제작비에 100억 원이 투입됐지만 제작사인 MBC가 벌어들인 수익은 12억 원에 불과하다. 더글로리 역시 제작비 600억 원이 사용됐지만 넷플릭스가 IP를 보유하고 있어 추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불합리한 수익구조를 알면서도 넷플릭스라는 거대한 플랫폼을 통해 방영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오징어게임 시즌2 캐스팅을 발표하고 제작에 돌입했는데, IP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또 다시 넷플릭스 배만 불리는 꼴이 될 것”이라며 “한국에서는 콘텐츠를 만들수록 손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 같은 수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352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재벌집 막내아들’이나 150억 원의 제작비로 만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모두 IP를 보유하고 방영권만 넷플릭스와 계약한 사례다. 두 작품의 정확한 수익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싸이런픽쳐스보다는 더 많은 수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에서 흥행할 정도로 파급력이 강했지만, 계약 과정에서 넷플릭스로부터 IP를 지킨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또 다른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국내 IP를 독식하게 되면 결국 한국에 투자하는 3조3000억 원은 자신들의 IP에 투자하는 결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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