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여성 고용의 양적 확대와 질적 변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을 내놓았다. OECD는 최근 성 평등 관련 보고서를 내고 한국의 만 15세 이상 65세 미만 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 성별 격차가 2021년 기준 18.1%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OECD 38개국 가운데 7번째로 크고, OECD 평균인 10.9%보다도 7.2%포인트 높다.
OECD는 여성 고용 촉진이 한국 경제성장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단언했다. 성별 경제활동참가율과 노동시간 격차를 없애면 2060년까지 0.2%포인트 넘게 성장률이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길 수도 있고,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여성 고용이 한국만의 숙제인 것은 아니다. OECD는 많은 회원국이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직면했다면서 “여성 고용을 늘리는 것은 향후 수십 년간 경제성장과 생활 수준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 요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보다 성별 격차가 큰 나라는 이탈리아(18.2%), 칠레(20.6%), 코스타리카(23.8%), 콜롬비아(24.9%), 멕시코(32.4%), 튀르키예(구 터키, 39.6%) 등으로 우리와 경제 규모가 비슷한 나라는 이탈리아밖에 없다.
주요 경쟁국의 성별 격차는 우리나라와는 딴판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프랑스(6.2%), 캐나다(7%), 영국(7.2%), 독일(8.1%) 등이 다 한 자릿수다. 이웃 국가 일본도 13.3%로 한결 사정이 낫다. 국가별 여건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우리의 취업 운동장이 과도하게 기울어져 있는 것이다.
국내외 주요기관은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속적으로 낮추고 있다. 이런 추세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쪽으로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다만 그 길로 한 발이라도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성별 격차를 키우는 이유를 제대로 파악하고 실효성 있게 대응해야 한다는 점도 잊어선 안 된다.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참여가 저조한 것은 결혼, 임신, 육아 등 문제에 있어 가중되는 부담이 여성에게만 너무 편중돼 있어서다. 한마디로 ‘독박육아’가 있는 것이다. 실제 여성 고용률이 20대에 높다가 30~40대에 경력단절을 겪으며 떨어진 후 50대 이후 다시 높아지는 ‘M자형’ 곡선이 한국에서 유독 심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경력단절은 더 심화됐다. 여성가족부가 이달 초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만 25세에서 54세 여성 중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경단녀) 비율은 42.6%였으며, 경력단절 기간도 8.9년에 달했다. 무엇을 말하는 통계인가. 가정과 기업, 정부가 다 함께 절박하게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 무엇보다 경단녀 지원에 대한 총체적 관심과 협력이 필요하다. 때마침 여성 능력이 빛날 수 있는 4차 산업시대다. 한국은 우수 여성 인재가 차고 넘친다. 우수 인력자원을 경단녀로 내모는 자기파괴 사이클이 무한 반복되도록 수수방관해선 안 된다. 이 지점의 매듭을 합리적으로 풀어야 인구문제의 해법이 도출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