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전 대통령 팬무비같다" 질문에... 감독 "내면 들여다보려 한 것"

입력 2023-05-0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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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문재인입니다'를 연출한 이창재 감독이 27일 오후 전북 전주시 덕진구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화 '문재인입니다'를 연출한 이창재 감독이 27일 오후 전북 전주시 덕진구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 생활과 주변인 인터뷰를 한데 모은 다큐멘터리 ‘문재인입니다’가 2일 오후 메가박스 성수에서 언론시사회를 열고 작품을 공개했다. 연출을 맡은 이창재 감독은 “정치다큐가 아닌 인물다큐”라면서 “쉽게 화젯거리를 만들 수 있는 이야기는 완전히 배제하고, 인간 문재인의 내면을 들여다보려 한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입니다’는 지난달 29일과 30일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에서 최초 공개됐다. 1800석의 대형 상영관이 이틀 모두 전석 판매됐을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작품은 문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 거처로 정한 양산 평산마을에서의 일상적인 생활을 다룬다. 야생화 꽃밭을 만들고 반려견을 돌보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큰 비중을 할애하는 한편, 집 근처로 몰려드는 시위대의 소음으로 마냥 평화롭지만은 않은 날들을 두루 조명한다.

▲'문재인입니다' 스틸컷 ((유)엠프로젝트)
▲'문재인입니다' 스틸컷 ((유)엠프로젝트)

문 전 대통령의 생각이나 심경이 담긴 인터뷰 분량은 그리 많지 않다. 2022년 11월과 12월에 한 차례씩, 이틀간 총 10시간을 인터뷰했다.

대신 임종석 전 비서실장, 김상조 전 정책실장, 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 그간 긴밀하게 정치적 연을 맺어온 관련자 50여 명의 인터뷰를 빼곡히 담았다. 이들이 회상하는 문 전 대통령과의 일화나 사건이 중후반부의 중심 축을 형성하는데, 이미 촬영돼 있던 과거 영상을 구매해 일종의 자료화면처럼 인터뷰 상단에 띄우는 형식을 취했다.

연출을 맡은 이창재 감독은 “청와대 대통령 재임 중이던 2019년경 많은 (촬영)제안을 건넸지만 실질적으로 거절하셨다. 6년 간 한결같은 해바라기로 편지와 기획서를 보낸 것에 대한 측은지심으로 응해주신 것 같다”면서 문 전 대통령과의 만남이 성사된 과정을 전했다.

또 “실질적인 촬영은 (퇴임 후) 양산에서 아주 제한적으로 진행했다”면서 “주인공이 되는 걸 아주 부끄러워하고 낯설어하는 분을 등장시켜 10시간 넘는 인터뷰를 한다는 게 나로서도, 문 전 대통령으로서도 쉽지 않았다”고 제작 과정의 어려움을 들었다.

▲'문재인입니다' 스틸컷 ((유)엠프로젝트)
▲'문재인입니다' 스틸컷 ((유)엠프로젝트)

이 감독은 5년 전 개봉한 다큐 '노무현입니다'로 185만 관객 동원하며 다큐멘터리 장르로서는 손에 꼽을 만한 흥행 이력을 쓴 바 있다.

‘노무현입니다’는 노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낙선 시절부터 대통령 재임 기간까지 긴 시간의 굵직한 정치적 맥락을 짚으면서 한 인물의 정치역정을 대중적으로 다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작 '문재인입니다'는 그에 비하면 다루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정치인으로서의 역할이나 대중적인 평가보다는 정직함ㆍ고독함 등 주변인이 느낀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재임 시절의 정치적 공이나 지향을 짚어내는 등 관람 타깃을 지지층으로 한정한 듯한 인상도 남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종의 팬무비 같다”는 같은 질문을 던지자 이 감독은 "여러 피드백이 나오는 상황인 만큼 나 또한 생각을 정리해나가는 중”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문 전 대통령의 내면 들여다보고 싶었다. 당신 자신을 드러내는 걸 부끄러워 하는 분의 내면으로 들어갈 때면 마치 탐사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면서 “관객 역시 그렇게 느꼈다면 성공이고, 그렇지 않으면 그 또한 내 과오"라고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완성된 ‘문재인입니다’를 아직 보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개봉하면 내 돈 내고 보겠다’는 게 공식적 말씀”이라고 감독은 대신 전했다.

작품에 대한 여러 정치적인 해석을 의식한 듯 이 감독은 기자회견 말미 “누군가를 정면으로 설득하거나 개종을 시키거나 정치적 신념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에 대한 이해 정도는 가능한 게 영화의 힘이 아닐까 한다"면서 "작품만 가지고 비판해 달라”고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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