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웨어러블 개발사 웰트의 ‘WELT-I’가 최근 국내 디지털치료기기 2호로 허가되면서 디지털치료기기 산업 성장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디지털치료기기는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 관리, 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 기반의 치료 개입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를 뜻한다.
24일 업계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웰트가 개발해 제조·품목허가를 신청한 인지치료 소프트웨어 WELT-I가 국내 두 번째 디지털치료기기로 허가됐다. WELT-I는 불면증 인지행동 치료법을 모바일 앱으로 구현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다. 수면 효율을 높여 불면증 환자의 증상 개선에 사용하도록 허가를 받았다. 환자가 입력하는 ‘수면 일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별 맞춤형 적정 취침시간 제시 △수면의 질 개선을 위한 환자의 행동 중재 △수면방해 습관 분석 △긴장·불안 줄이는 이완요법 등을 6주간 수행해 불면증을 개선하는 원리다.
식약처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대한디지털치료학회의 정신건강의학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의료기기위원회’를 열어 WELT-I의 안전성·유효성을 자문하는 등 과학적이고 철저한 심사를 거쳐 허가했다고 밝혔다.
앞서 2월 1호 디지털치료기기로 허가된 에임메드의 ‘솜즈(Somzz)’도 WELT-I와 같은 불면증 개선 목적의 인지치료 소프트웨어다. ‘솜즈’는 △수면 습관 교육 △실시간 피드백 △행동 중재 등을 6~9주간 수행해 수면의 효율을 높여 환자의 불면증을 개선하는 치료기기다. 1호로 지정된 에임메드의 솜즈와 2호인 웰트의 WELT-I 모두 불면증 인지행동 치료법을 모바일 앱으로 구현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동일한 제품구성 및 사용목적을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제품 모두 자신의 스마트폰에 제품을 설치하고, 회원가입 후 앱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으면 된다. 다만, 기간에 차이가 있다. 솜즈는 6~9주, WELT-I는 6주다. 또 제조사가 다른 만큼 제품을 구현되는 알고리즘이 달라 사용자 화면(UI), 사용자 경험(UX) 등에서도 차이가 있다.
강성지 웰트 대표는 “식약처의 신속한 규제 정립과 맞춤형 상담이 디지털치료기기를 신속하게 출시할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었다”며 “앞으로 전 세계로 수출하며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정보통신(ICT) 강국으로서 우리나라의 이점을 적극 활용해 경쟁력 있는 다양한 디지털치료기기가 국내에서 개발·허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이를 위해 2027년까지 약 10종의 맞춤형 디지털치료기기 임상·허가 관련 가이드라인을 추가로 개발하는 등 국제적인 규제 표준을 선도·충족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외의 경우 디지털치료기기 개발이 활발하지만, 상용화 단계에 진입하지는 못했다. 2013년 설립된 세계 1호 디지털치료기기 기업 페어테라퓨틱스는 이달 7일(현지시간) 파산을 신청했다. 다수 기업에서 디지털치료기기를 개발했지만 미국 내 보험 적용이 쉽지 않았고, 이로 인해 처방 건수도 낮아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에선 관련 부처 주도로 디지털치료기기 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디지털치료기기의 건강보험 적용방안 마련 등 혁신적 의료기기의 빠른 시장진입을 위한 규제혁신을 지속 추진하겠다. 디지털 치료기기 수가(진료비) 결정 등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의하면 글로벌 디지털치료기기 시장 규모는 올해 38억8000만 달러(약 5조1825억 원)로 추정된다. 또한, 연평균 20.5% 성장해 2030년 173억4000만 달러(23조161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