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곱지 않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공수처는 살아 있는 권력과 맞설 수 있는 곳이다. 지난해 현직 검사에 대한 직접 기소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하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그 능력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그 방향성 및 온전한 인적·물적 자원의 확충이다. 여러 이해관계 속에서 어렵사리 탄생한 신생 조직임을 간과한 조직 흔들기가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에, 부정적 시각을 잠시 접고 자리매김을 위한 몇 가지 문제를 짚어본다.
먼저, 인력난에 관해서다. 지난해 공수처가 한국정책능력진흥원에 의뢰한 조직역량 강화를 위한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조직 규모가 현재 인원의 2배가 적정한 것임이 알려졌다. 기본임기 3년에 3년씩 3회 연임의 검사 임기도 문제다. 이 정도 신분보장으로 소신껏 일할 것을 기대하기에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그래서인지 인재가 모여들 것이라는 당초의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조직 안착을 위해 기본임기를 늘리고 연임제한 규정을 없애야 한다. 7년 이상 변호사 자격을 요구하는 검사 임용요건 완화, 수사관의 기본임기 연장 및 행정 상위직의 부처 간 나눠먹기식 파견 인사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미니맥스형 기구로 설계돼 부작용
국회제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3월부터 12월까지 사건접수는 2457건으로, 가용 검사 수로 환산하면 1인당 월 15건 안팎이다. 초동수사부터 일부 기소까지 직접 한다는 점에서 업무부담 목소리가 나올 만하다. 그동안 검사들의 연이은 사퇴가 업무부담 탓임을 설마 했던 터였다. 권한 비대화를 지나치게 우려한 나머지 작으면서 큰 성과를 원한 미니맥스형 기구로 설계한 데 따른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큰 사건에 목매지 말라는 것이다. 수사대상이 고위일 뿐 반드시 사건 외형이 큰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공수처의 탄생 배경 및 위상에 견주어 시민들은 큰 사건에 대한 기대심리를 가질 수 있다. 공수처 역시 이런 유혹을 떨치기 쉽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 ‘공(空)수처’라며 빈정대는 말을 진작에 들어왔다. 이런 현실이 수사 성과에 대한 조급성을 부채질할 수 있다. 하지만 공수처는 다른 기관과 경쟁관계가 아닌 견제와 균형의 저울추로서 탄생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큰 기대를 걸머진 중립의 독립기관으로 시민의 눈귀가 집중된 공수처다. 이런 까닭에 기존 수사기관과 달리 품격 있는 수사가 요구된다. 불공정과 무절제한 수사도 부패다. 지난해 불거진 통신자료 조회 논란과 같은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사건이 크건 작건 정의에 이르는 오솔길은 매한가지라는 사실이다.
끝으로, 다른 수사기관과의 관계를 규정한 공수처법 제24조 문제다. 이는 수사의 효율을 위한 것으로 공수처의 다른 수사기관 사건 이첩 요청, 대상범죄를 인지한 수사기관의 공수처 통보의무, 공수처 사건의 다른 수사기관 이첩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공수처의 위상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조항을 두고 대통령직인수위에서 폐지까지 거론되었을 정도로 논쟁의 중심에 있다. 해당 조항은 공수처가 공수처답기 위한 장치다. 따라서 그 본질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 시행과정의 문제가 있다면 실무적으로 풀어야 한다.
지나친 성과 집착보다 신뢰쌓기부터
공수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녹록지 않다. 분명한 것은 경찰, 검찰수사가 정치적 편향성을 띨수록, 권한을 무분별하게 행사할수록 공수처 역할은 긴요하다는 사실이다. 이제 막 두 돌을 지난 만큼 우선 자리매김부터 시키고 볼 일이다. 공수처도 성과에 대한 지나친 집착보다는 작은 신뢰부터 쌓아나가야 한다. 공수처는 존재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말을 되새겨보면 길이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