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청 설립 난관] 인재영입 혜택 특례에도…"사천 가려는 인력이 없다"

입력 2023-03-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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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설립 목표 일사천리 진행…다양한 혜택 특례
공무원ㆍ전문가 '손사례'…"인프라ㆍ교육 걸림돌 많아

“과천에서 세종으로 온지 얼마나 됐다고 또 가나요. 가고 싶은 사람은 아마 없을거예요.”

정부가 경남 사천에 우주항공청 연내 설립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인력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우주항공청을 처음 언급한 이후 약 반 년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지만, 인력이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무원과 우주전문가들은 경남 사천행 기차에 몸을 실으면서까지 우주항공청을 원하고 있지 않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인재영입 위한 혜택 특례로 담아 = 우주항공청은 윤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핵심 공약사항으로 거론돼 왔다. 지난해 8월 취입 100일 기자회견을 통해 ‘NASA(미국 항공우주국)를 모델로 한 우주항공청을 설립하겠다’고 밝히며 구체화 됐다. 지난 2일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우주항공청 설립의 근거가 되는 ‘우주항공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하며 구체화 되는 모습이다.

과기정통부는 입법예고를 통해 다양한 혜택을 특례로 담아 국내외 전문가들이 활발히 유입되도록 했다. 외부 전문가는 제한 없이 임기제공무원으로 임용이 가능토록 했고, 민간 전문가들의 영입을 위해 주식백지신탁에 대해 예외를 허용했다. 외국인과 복수국적자도 선택적으로 임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특히 현행 공무원 보수수준을 초과해 급여를 지급할 수 있도록 급여 수준도 높였다.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 관계자는 “이주에 따른 주거요건 등은 추가적으로 검토를 해 관사 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살펴볼 예정”이라며 “입법예고가 통과되고 법안이 확정되면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재가 없다 = 우주항공청 인력 구성을 위해 다양한 혜택을 특례로 담았지만 공무원이나 전문가들은 선뜻 우주항공청으로 이동할 마음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거주문제 뿐만 아니라 사천의 인프라, 자녀 교육문제 등 다양한 걸림돌이 있어 가고 싶어하는 사람이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다.

일반 공무원의 경우 전입이나 파견 등을 통해 우주항공청 소속으로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과기정통부가 2019년 과천에서 세종으로 이전할 당시 일부 공무원들은 세종에 정착하면서 가족 모두가 이사한 경우도 빈번하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또 다시 사천으로 주거지가 옮겨질 경우 여러 불편함이 따른다며 불만이 나오고 있다. 세종에서 사천까지는 KTX로 4시간50분, 자차로는 약 3시간이 소요된다. 일부 직원의 경우 아직 서울과 세종을 KTX로 오가며 출퇴근하고 있는데, 사천으로 이동할 경우 거주문제가 막막하다고 입을 모은다.

과기정통부 직원 A씨는 “가장 크게 거주문제가 해소돼야할 것이며, 교육 인프라 등 여러 가지 불편함이 따른다”며 “이러한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천으로 내려가고 싶어하는 인원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의문”이라고 말했다.

외부 전문가들도 같은 불만을 제기하며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우주산업 관련 전문가 B씨는 “현재 생활패턴이 서울과 수도권, 멀게 보면 세종까지 형성돼 있는데 사천으로 가게 되면 일상생활을 포기해야 할 정도”라며 “이 모든 불편함을 이겨낼 수 있을만한 보수를 지급한다해도 갈까말까한 정도”라고 말했다.

◇우주항공청은 기회…개인 이력 쌓기에는 장점 = 반면 우주항공청만이 갖는 장점만으로도 충분히 지원해볼 가치가 있다는 입장도 있다. 정부는 우주항공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 제3조 2항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우주항공청 소속 직원의 주거 안정화, 교육여건 마련, 의료시설 확충 및 교통체계 개선 등 정주여건 개선을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사천 전입으로 인한 불편함을 해소하고 인프라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노력한다는 의지가 있는 만큼 불편함은 조기에 해소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우주산업 연구원 C씨는 “본인의 의지에 달려있겠지만 우주항공 전담 부처라는 중앙행정조직에 몸담고 커리어를 쌓는다는 부분에 있어서는 하나의 메리트가 될 수 있다”며 “우주 산업 관련 석·박사를 준비하거나 학위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 D씨는 “전국에 혁신도시가 형성돼 있고, 정부 부처가 각 기능에 따라 전국 여러 곳에 위치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개인의 생활 패턴에 변화를 주기 싫어서 한 곳에 집중돼야 한다는 논리는 배제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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