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중국 직원이 우리 반도체 기술 훔쳐”...반도체 갈등 심화

입력 2023-02-16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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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례 실적 보고서 발표하며 함께 고발
과거에도 중국 기업 IP 도난 폭로
네덜란드, 미국과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협력 중
중국은 WTO에 제소하며 맞서는 상황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에서 ASML 본사 건물이 보인다. 아인트호벤(네덜란드)/로이터연합뉴스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에서 ASML 본사 건물이 보인다. 아인트호벤(네덜란드)/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일본, 네덜란드가 중국의 반도체 개발을 견제하기 위해 뭉친 가운데, 네덜란드 대표 반도체 기업 ASML이 중국인인 전직 직원의 기술 도용 혐의를 고발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CNBC방송에 따르면 ASML은 연례 실적 보고서를 통해 “최근 중국인 전직 직원이 회사 독점 기술과 관련한 데이터를 도용한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ASML은 “도용 혐의가 회사 사업에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하진 않는다”면서도 “특정한 수출 통제 규정을 위반했을 수 있어 해당 사건을 관계 당국에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ASML은 이후 대변인 명의의 별도 성명에서도 중국을 가리켜 “반도체 산업에서 지정학적 긴장감이 고조됨에 따라 랜섬웨어와 피싱 공격으로 IP를 얻거나 사업의 연속성을 방해하는 등 보안을 위협하는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리셰 스레이네마허 네덜란드 대외무역·개발협력 장관은 브리핑에서 “ASML이 사건을 알려왔고 조사가 현재 진행 중”이라며 “ASML과 같이 평판 좋은 대기업이 산업 스파이 활동에 영향을 받는다는 건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일은 네덜란드의 고부가가치 기술을 보호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ASML은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이 도용됐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벌어진 유출은 하드웨어가 아닌 기술 데이터와 관련 있다”며 “데이터는 최신형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중요한 시스템 내 저장소에서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 일은 지난 몇 달에 걸쳐 남성 직원에 의해 벌어졌고 해당 사실은 미국에도 통보됐다”고 덧붙였다.

▲이투데이 DB. 사진은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달 13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면서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이투데이 DB. 사진은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달 13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면서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중국의 기술 도용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ASML은 2021년에도 동팡징위안이라는 중국 업체가 자사 지식재산(IP) 권리를 훔쳐 제품을 만들어 중국에서 버젓이 판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여기엔 실리콘밸리에 있는 ‘Xtal’이라는 중국 업체도 관여됐다고 밝혔다.

당시 ASML 변호인단은 “동팡징위안과 Xtal은 본질적으로 같은 회사이며, ASML 기술을 획득해 중국으로 옮기겠다는 동일한 목표를 갖고 협력했다”고 지적했다. 이후 동팡징위안과 Xtal 직원은 기술 도용 혐의로 기소됐다.

특히 이번에 공개된 사건은 네덜란드가 미국과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를 협력하고 중국이 관련 제재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반도체 업계 갈등이 심화한 상태에서 발생해 주목받는다.

앞서 미국은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의 제재안을 네덜란드와 일본에 제시했다. 3국은 합의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후 블룸버그는 “고위급 관리들이 워싱턴D.C.에서 비공개 회담을 열고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네덜란드와 일본 관계자들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고 있고 신흥기술의 안전과 보안이 분명히 의제에 포함돼 있다”며 동참 사실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블룸버그는 ”지정학적 긴장은 중국 정찰 풍선이 격추되기 전부터 이미 고조됐다“며 ”이번 사건은 1년도 채 되지 않은 기간 중국과 관련해 벌어진 두 번째 위반 혐의로, 긴장감을 부채질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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