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대응을 위한 메모리·파운드리 인프라 투자 및 선단 공정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한 증설과 공정전환 투자 등 반도체에 47조7000억 원, 중소형 OLED 증설 및 인프라 투자 등 디스플레이에 3조 원을 쏟아붓는다는 계획이다. 유·무형자산 투자액(CAPEX, CAPital EXpenditure)을 사업보고서의 현금흐름표에서 찾아보면 △2019년 약 29조 원 △2020년에 약 40조 원 △2021년에 약 50조 원을 쓴 것을 고려하면 역대급 투자 규모가 아닐 수 없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발표한 3분기 영업(잠정)실적 공시에서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액은 전년도 3분기 대비 3.7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1.39%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다른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도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7%, 60%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숫자상으로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규모는 매년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 셈이다. SK하이닉스도 2021년에 유형자산 취득 규모가 12조 원대였는데, 2022년에는 반기까지 벌써 10조 원 이상을 지출했다.
유형자산 취득 규모가 증가할수록 감가상각비가 늘어나기 때문에 비용증가로 인한 이익감소는 불가피하다. 돈으로 지출되지 않지만,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되는 감가상각비는 이렇게 자본 집약적 기업일수록 크게 나올 수밖에 없다. 감가상각비는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는 고정비 성격이기 때문에 매출액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증가하지 않으면 이익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의 개념인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CAPEX를 뺀 부분을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이라고 한다. 즉 연간 남긴 돈을 의미한다. 삼성전자는 2021년에 영업활동현금흐름(OCF, Operating Cash Flow)이 65조 원인데 유형자산과 무형자산에 투자하느라 50조 원을 썼기 때문에 약 15조 원의 돈을 남겼다. 남긴 돈 대부분은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데 썼다. 2022년에는 반기까지 24조 원을 벌었으니 연 환산해서 올해 대략 48조 원을 벌 것으로 기대되는데 올해 유형자산 투자만 54조 원을 쓸 예정이라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하기 어려워 보인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많이 하락한 것에 대하여 여러 원인으로 설명 가능하겠지만, 숫자적으로는 이렇게 잉여현금흐름이 많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가장 실적이 좋았던 2018년에는 67조 원을 벌었고 유·무형자산 투자에 30조 원 정도 썼기 때문에 37조 원 정도 남겼었다. 불과 4년 만에 현금흐름이 많이 악화한 셈이다. 악화라는 표현보다는 미래를 위한 투자 증대로 보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어느 기업이든 성장기를 지나면 성숙기를 맞는다. 성숙기 다음은 쇠퇴기다. 쇠퇴기로 넘어가기 전에 다시 성장기로 돌려놓아야 하니 대규모 투자는 불가피하다.
모든 기업은 성장기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성숙기에 투자비 이상으로 회수한다. 삼성전자는 성장기를 지나 다시 성숙기로 넘어온 셈이다. 사실 삼성전자의 최근 영업이익과 영업활동현금흐름 수치는 예년 대비 나쁘지 않다. 대내외로 악화하는 경제환경에서 이 정도면 매우 훌륭하다. 그러나 이렇게 안주해 버리면 머지않아 쇠퇴기로 넘어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안 되니 이렇게 잠시 실적이 줄고 큰돈을 지출하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가는 여정이다.
과거의 삼성전자 재무제표를 훑어보면 항상 성장기와 성숙기를 반복해왔다. 막강한 기술력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항상 위기를 기회로 전환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정확히 언제 2021년을 뛰어넘는 실적을 만들어낼지 예측은 어렵다. 투자는 방향이 맞는다면 따라가는 것이지 타이밍을 맞추는 게임이 아니다. 위대한 기업이 되려면 기초체력(펀더멘털)이 튼튼해야만 가능하다. 그것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하여 투자자가 판단을 하면 된다. 그러려면 현재의 실적과 주가에 너무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한다. 항상 긍정적인 사람만 주식시장에서 살아남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