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젠·에자이, 알츠하이머 치료제 임상 3상 성공적…시장 열광

입력 2022-09-29 15:14 수정 2022-09-2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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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카네맙, 인지능력 감퇴 27% 늦춰
대규모 임상시험서 효능 입증한 것 처음
바이오젠 주가 40% 가까이 폭등

▲2020년 3월 11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바이오젠 본사가 보이고 있다. 케임브리지/AP뉴시스
▲2020년 3월 11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바이오젠 본사가 보이고 있다. 케임브리지/AP뉴시스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카네맙’이 임상시험 3상에서 효능을 입증했다는 소식에 시장 반응이 뜨겁다.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두 회사는 임상 3상 결과 레카네맙이 주요 효능평가 기준을 충족하며 증상을 유의미하게 감소시켰다고 밝혔다.

18개월간 매주 2번씩 레카네맙을 투여한 알츠하이머 초기 환자의 경우 위약을 투여한 참가자보다 인지능력 감퇴가 27% 늦춰진 것으로 나타났다. 두 회사는 “레카네맙이 뇌 질환 진행 속도를 현저히 늦췄다”며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알츠하이머 진행을 늦추는 효능을 입증한 최초의 약”이라고 강조했다. 두 회사는 연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승인 신청을 할 계획이다.

이 소식에 바이오젠 주가는 이날 40% 가까이 폭등했다. 에자이도 도쿄증시에서 17.5% 뛰었다.

레카네맙은 뇌 속에서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물질로 추정되는 물질 중 하나인 아밀로이드 베타(Aβ) 단백질이 뭉치는 것을 막는 항Aβ 항체치료제다. Aβ는 뇌 속에서 과다 생산, 축적돼 뇌 신경구조를 망가뜨리는 단백질 구조물인 아밀로이드반을 형성하는 단백질로 추정되는 물질이다.

과학자들은 30여 년 간 Aβ 단백질 가설 입증에 집중했다. 그러나 앞서 개발된 Aβ 표적 약물이 효능을 입증하지 못하면서 가설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었다. 지난해 바이오젠이 내놓은 항Aβ 항체치료제 ‘아두카누맙’도 Aβ를 감소시켰지만 임상시험에서 효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을 가중시켰다.

그만큼 이번 임상시험 결과는 Aβ 가설을 입증한 첫 대규모 연구라는 점에서 더욱 이목이 집중된다. 전 세계 5000만 명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도 희망이 되고 있다. 존 하디 런던대 신경과학 교수는 “레카네맙이 마법의 약은 아니지만 치료제 개발의 시작임에는 틀림없다”고 평가했다.

비슷한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 중인 일라이릴리와 로슈도 추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에반 세이게르만 BMO캐피털마켓 애널리스트는 “레카네맙이 출시될 경우 매출이 최대 연간 133억 달러(약 19조 원)에 이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주의할 점도 있다. 레카네맙은 질병을 늦추는 효과를 입증하긴 했지만, 질병 진행을 완전히 멈추게 하지는 않는다. 임상시험 결과 부작용도 보고됐다. 심각한 수준은 드물었지만, 뇌 부종과 출혈이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임상시험 결과의 의미를 인정하면서도 통계 결과에 대한 보수적 접근을 강조했다. 알베르토 아스페이 신시내티대 신경학 교수는 “레카네맙은 정상 단백질을 증가시키기도 했다”며 “Aβ 단백질 감소 외의 다른 요소가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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