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와 맞물려 기업 내 양성평등이 기업 경영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됐다. 이에 국내 주요 금융그룹은 여성 경제인력을 확대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며 성평등성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2022 대한민국 여성 금융인 국제 콘퍼런스’가 지난 23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이투데이미디어와 여성금융인네트워크 주최로 열렸다. 이날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등을 핵심가치로 하는 ESG가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주요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라면서 “특히, 성별 다양성과 성평등 등 젠더지표는 기업의 ESG 수준을 제고하고 성과창출을 위한 핵심지표”라고 강조했다.
금융회사들도 이에 발맞춰 양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날 패널토론자로 참석한 문해숙 KB금융지주 ESG본부장(상무)은 “KB금융그룹은 ‘유리천장’(승진 구조) 및 ‘유리벽’(직무 기회)을 제거하고 여성의 기회 확대를 통한 양성평등을 추진하고 있다”며 “팀원-팀장-부점장-경영진’의 단계별 기반확대로 여성리더 양성 및 성별 다양성을 확보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KB금융그룹은 오는 2027년까지 여성 부점장과 여성 경영진을 20%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최영권 우리자산운용 대표도 “과거에 기업은 분기별로 재무제표와 같은 단기적·정량적 지표만 발표하면 끝났지만 이제는 비재무적인 ESG 정보를 공개하는 방향으로 전 세계적인 규제가 강화하고 있다”며 “(성 다양성을 달성하지 않은 기업에) 네거티브의 점수를 줘서 아예 투자 대상에서 빼버리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전히 성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성 다양성 도입 여부를 기업 의결권 행사에 적용하고 있는 블랙록의 원신보 아시아투자(일본 제외) 스튜어드십 총괄 본부장은 “홍콩, 싱가폴, 일본,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의 많은 국가도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다양한 규제와 가이드라인을 도입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관련된 정책을 수립하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유리천장 깨기 법’으로 불리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지난 8월 시행된 것과 관련해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장은 "지본시장법 개정과 맞물리면서 여성 이사 선임이 늘고 있지만 조직에서 성장한 여성 인재가 이사회에 합류하기보다는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추세"라며 "이같은 움직임 때문에 여성들이 또 다른 '벽' 앞에 좌절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적극적인 여성인력 확대가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벤 멩(Ben Meng) 미국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의 아시아퍼시픽 회장은 “한국의 금융기관에서 직원 전체로 보면 약 50%가 여성이지만, 임원직만 따지면 여성이 7% 정도에 불과하다는 리포트를 접한 적이 있다”며 “(여성의 비율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