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 돌아온 원전 르네상스

입력 2022-08-2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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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위축됐던 아시아 원전 사업 전환점
한국, 탈원전 정책 폐지·기술 수출 적극적
중국, 세계서 가장 많은 52기 원자로 건설 중 또는 계획
일본인 58% 원전 재가동 찬성..정부 정책 대전환 공식화

▲사진은 중국 북동부 랴오닝성 후루다오시에서 지난해 5월 19일(현지시간) 쉬다푸 원자력발전소 3호기 착공식을 하고 있다. 후루다오/신화뉴시스
▲사진은 중국 북동부 랴오닝성 후루다오시에서 지난해 5월 19일(현지시간) 쉬다푸 원자력발전소 3호기 착공식을 하고 있다. 후루다오/신화뉴시스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이어지자 아시아 국가들이 한때 기피했던 원자력 산업에 ‘두 번째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동일본 대지진을 기점으로 위축됐던 아시아 역내 원전 사업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필요성과 탈(脫)탄소 기조에 극적인 전환점을 맞게 됐다고 보도했다.

한국과 일본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180도 전환하고 있고 중국과 인도는 미래 에너지 공급 부족을 피하고 탄소 배출을 억제하기 위해 더 많은 원자로 건설을 모색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전역의 개발도상국들도 원자력 기술을 도입을 적극적으로 타진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전 정권의 탈원전 정책을 폐지하고, 원전 기술 수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아시아 국가에서 원전 사업에 가장 공격적으로 진출하는 곳은 중국이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중국에서 현재 건설 중인 원자로는 21기이며, 향후 건설 예정인 원자로는 31기에 달한다. 중국은 올해 일부 지역의 기록적인 폭염에 따른 극심한 전력 부족과 씨름하면서 원전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됐다. 이에 중국 정부는 지난주 원자력과 수력 발전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본 정부도 지난 24일 최장 60년인 원자력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는 방안과 함께 차세대 원전 개발·건설을 검토한다며 사실상 원전 정책 대전환을 공식화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러시아 침공으로 세계 에너지 (수급) 상황이 변하고 있다”면서 “그린 트랜스포메이션(GX·녹색 전환)을 진행하려면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이달 초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58%가 원전 재가동에 찬성했다. 찬성 응답이 50%를 넘어선 것은 2017년 해당 설문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인도와 동남아 지역 국가들도 원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인도는 현재 석탄 발전이 전체 전력 공급의 70%에 달하지만, 원전은 3%에 그치고 있는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향후 10년간 원전 비중을 3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상황이다. 필리핀도 지난달 의회 차원에서 원전 도입 검토에 나섰으며 인도네시아는 2045년 첫 번째 원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시아 원전 사업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기점으로 쇠퇴기를 맞아야 했다. 당시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위험성이 이익보다 훨씬 크다는 우려가 확산한 결과였다. 신규 원전을 건설하는데 막대한 비용이 드는 것도 걸림돌로 지적됐다. 곳곳에서 원전 프로젝트가 지연되기 시작됐고, 그 결과 세계 최고 원전 기업이었던 일본 도시바 산하 웨스팅하우스가 파산에 이르렀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에너지 시장을 뒤흔들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아시아 전력 대부분을 생산하는 데 쓰이는 두 가지 화석연료인 천연가스와 석탄 가격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에너지 수급에 비상이 걸리게 됐다. 에너지 가격 급등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져 각국 경제를 타격하자 자연스럽게 원전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탄소 배출 목표 달성과 에너지 공급 안정화도 아시아 국가들의 원전 복귀 당위성을 제공하고 있다. 풍력이나 태양과 같은 재생에너지는 전력 생산량이 일정하지 못하지만, 원전은 24시간 전력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당국 입장에서는 매력적 산업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WNA의 데이비드 헤스 정책 분석가는 “(원전에 대한) 오래된 거부감이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면서 “기존 원전은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전력을 생산한다. 치솟는 천연가스 가격으로 인해 이러한 확실한 경제적 이점이 더욱 분명해지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원전 개발에 뛰어든다고 해서 곧바로 전력 공급 안정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프랑스다. 현재 원자로 56기를 가동하는 프랑스는 전 세계에서 인구 대비 원자로 개수가 가장 많은 나라이지만 상당수 원자로가 결함이나 가뭄에 따른 냉각수 부족으로 가동 중단되면서 전력 공급난을 겪고 있다.

한국과 미국 등 일부 국가들이 기후변화 대응 수단으로 주목하고 있는 ‘소형모듈형원자로(SMR)’ 기술 개발 프로젝트 역시 아직 수년 또는 수십 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에서 에너지 위기에 즉각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다만 정부와 민간 기업들은 미래를 위해 해당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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