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그쳐도 기약 없는 대피소 생활…“자나 깨나 집 걱정뿐이죠”

입력 2022-08-22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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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침수에 2주간 대피소 생활 중인 관악·동작 이주민
침수 피해 접수처 대기 줄…코로나로 숙박업소 전전

▲22일 사당종합체육관 내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의 모습. (김채빈 기자 chaebi@)
▲22일 사당종합체육관 내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의 모습. (김채빈 기자 chaebi@)

아주 죽겠어요. 몸도 뻐근하고 불편하죠. 집에 가고 싶어도 갈 수도 없어.

최근 115년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서울 지역에 집중돼 큰 상흔을 남긴 지 2주가 흘렀다. 자치구마다 도로나 시설물 복구 등에 힘쓰고 있지만, 여전히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이재민들은 속절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22일 오전 11시경 방문한 동작구 사당종합체육관 1층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에서 만난 권한인(가명·68) 씨는 “8일 밤부터 와서 자나 깨나 집 걱정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권 씨는 “아파트 옹벽이 무너져 내려서 집에 들어갈 수도 없는 상태”라며 “여기서 먹고 자고 하는데 아무래도 불편하지”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집중된 양천·구로·영등포·동작·관악·강남·송파구 등 7개 구에 이재민 임시주거시설(민간숙박시설, 주민센터, 경로당 등) 43곳을 지정해 운영 중이다. 17일 기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서울시 이재민은 1676명으로 조사됐다. 이중 집단임시주거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이재민은 347명으로 파악됐다.

이날 방문한 체육관은 이재민들의 심경을 대변하듯 적막감이 흘렀다. 체육관 입구에는 20박스가 넘는 물을 비롯해 휴지, 응급구호 세트, 컵라면 등이 차례대로 쌓여있었다. 체육관 곳곳 난간에는 수건, 담요, 양말 등 빨래가 널려있었다.

현재 체육관에는 43명의 이재민이 생활하고 있다. 체육관 안에는 성인 2명이 누울 수 있는 크기의 구호 쉘터 30개가 설치됐다. 집수리가 완료됐거나, 민간 숙박업소를 구하는 등 이유로 이전보다 많은 이재민이 떠났다.

식사시간이 다가오자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려는 이재민들이 정수기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재민들은 간소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식사를 하고, 쉘터에 들어가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동 주민센터 직원들이 이재민들의 식사나 물품 정리 등을 돕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인근 주민 최미영(가명·44) 씨는 “여기가 그 대피소라는데 이따 뭐라도 하나 해서 와야지”라며 “사람들이 먹는 거라도 잘 먹었으면 좋겠어”라고 전했다.

서울 영등포구·관악구 등 특별재난지역 선포…“빠른 지원 이뤄져야”

▲수도권 일대에 폭우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9일 오전 밤 사이 내린 집중호우로 침수피해를 본 서울 동작구 극동아파트 축대 붕괴현장이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수도권 일대에 폭우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9일 오전 밤 사이 내린 집중호우로 침수피해를 본 서울 동작구 극동아파트 축대 붕괴현장이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현재 서울 내 특별재난지역 선포 지역은 영등포구·관악구·강남구 개포1동이다. 시는 당초 7개 자치구(구로·금천·영등포·동작·관악·서초·강남)에 대해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요청했지만, 2개 자치구와 1개 동만이 우선 선정됐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지역 주민들은 국세 납부 유예, 지방세 납부 면제 또는 유예, 국민연금 납부 예외, 상하수도 요금 감면, 건강보험료 감면 등 18가지 지원을 받게 된다.

관악구 신사동 주민센터에도 이재민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주민센터 2층에는 주택 침수 피해 신고가 한창이었다. 10여 명 정도의 주민들이 담당 직원에게 물어가며 신고서를 항목마다 작성하고 있었다.

침수 피해 신고를 하러 온 최영권(83) 씨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주택이 침수됐다”며 “현재 다른 집에 신세를 지고 있는데 빨리 지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4층 이재민 대피소 입구에는 이동 샤워차량·이동 빨래방 공지 안내문이 눈에 띄게 붙어있었다. 주민들이 씻을 곳이나 빨래를 할 곳이 마땅치 않자 마련된 대책 중 하나다.

이재민 대피소 안은 다소 한산한 모습이었다. 본래 방마다 꽉 채워 설치됐던 쉘터는 하나씩 철수되고 있었다. 대피소는 여러 명이 모여 생활하는 탓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계속됐다.

실제로 이날 기준 이재민 대피소에서 코로나19 이재민이 확진된 경우는 36명에 달한다. 동 관계자는 “코로나 위험이 있어서 숙박업소로 많이들 이동했다”며 “숙박업소와 관련해 이재민 분들께 알리고 비용도 지원해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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