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 내원한 환자에게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증상이 있어 그에 대한 처치행위가 이루어졌음에도 이를 ‘응급의료’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위법하다는 행정심판 결정이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응급실로 내원한 환자에게 이루어진 진료행위를 ‘응급의료’로 인정하지 않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결정을 취소했다고 22일 밝혔다.
권익위에 따르면 앞서 지난해 8월 쉼터에 거주 중인 A씨(34세)는 가슴 통증을 느끼며 지하철역에서 쓰러졌다. 지나가던 행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는 A씨를 곧바로 권역응급의료센터인 병원으로 후송했다.
병원 의료진은 A씨가 가슴통증을 호소하고 활력 징후가 불안정하자 급성 심장질환을 의심해 소생실로 입실시키고 초음파, CT 및 심전도검사 등을 실시했다. 검사 결과 A씨에게 급성 심장질환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은 A씨가 진료비를 지급할 여력이 없자 당일 오후 그를 퇴원시키고 심평원에 A씨에 대한 진료비의 대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심평원은 A씨에게 급성 심장질환이 없어 병원의 진료행위가 ‘응급의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봐 이를 거부했다.
관련해 중앙행심위는 환자에게 응급증상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어 응급처치를 했으나 이후 해당 환자의 질환이 응급처치가 필요한 질환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해 이를 ‘응급의료’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응급의료법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봤다.
중앙행심위는 A씨에 대한 병원 의료진의 진료행위를 응급의료법상 ‘응급의료’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병원의 응급의료비 대지급을 거부한 심평원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결정했다.
박종민 국민권익위 중앙행정심판위원장은 “응급의료 종사자는 환자의 생명 앞에 머뭇거리거나 주저하지 말아야한다”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응급의료제도와 운영에 있어 미흡한 점이 시정될 수 있도록 중앙행심위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