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그룹이 새로운 50년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동원산업은 지난 4월 7일 지주사 동원엔터프라이즈와의 합병을 공식화하고 합병 절차를 밟고 있다.
동원산업은 이달 30일 주주총회에서 동원엔터프라이즈와의 합병 안건을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10월 1일 합병기일 이후 동원그룹은 ‘동원산업’을 중심으로 경영 효율 극대화를 위한 지배구조를 확립해 재탄생하게 된다.
동원그룹은 2001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지금까지 동원엔터프라이즈를 중심으로 수평다각화 형태의 사업 영역 확대를 추구해왔다. 동원산업, 동원F&B, 동원시스템즈 등 우량 계열사가 지주사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지배를 받았던 과거의 구조에서는 각 계열사 아래의 손자회사와 증손회사까지 경영상 세부적인 컨트롤을 하는데 상당 부분 제한이 있었다는 게 회사 측의 판단이다.
회사는 그룹 차원의 경영 효율 제고와 미래 신사업 투자에 힘을 싣기 위해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이에 따라 단순화된 지배구조를 구축하기로 했다. 사실상 그룹의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해왔던 동원산업과 순수 지주사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을 통해 사업형 지주사로서 동원산업이 그룹의 중심축이 되는 지배구조를 구상하게 된 배경이다.
합병 후 동원산업은 밑으로 기존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자회사였던 동원F&B, 동원시스템즈를 편입시시키고, 동원로엑스와 미국 자회사 스타키스트 등을 직접 진두지휘한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동원엔터프라이즈와 중간 지주사 역할을 했던 동원산업의 비효율적인 업무 환경을 개선하고 지주사의 손자회사였던 동원로엑스와 스타키스트 등 핵심 계열사의 경영상 의사결정을 보다 신속하게 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이번 합병의 궁극적인 목적”이라며 “사업지주 전환이 마무리된다면 계열사의 미래 성장 사업을 위한 대규모 투자 등을 빠르게 전개할 동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원산업은 이번 합병 준비과정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저항을 받으며 합병비율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동원그룹은 투자자 및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최초 합병가액을 기준시가 대신 자산가치 기준으로 재산정하며 시장의 요구를 일부 수용했다.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이사회를 열고 합병 비율을 기존 1:3.838553에서 1: 2.7023475로 변경했다. 동원산업의 합병가액은 24만 8961원에서 38만 2140원으로 올랐다.
합병 추진 과정에서 자본시장의 새로운 상생 방법을 제시했다는 평가와 함께 주주 권리 보호는 여전히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합병신고서 제출 이전에 기업 스스로 합병비율을 변경한 건은 최초”라며 “일반 주주의 요구를 경청하고 합병비율의 공정성을 재검토한 동원그룹의 결정에 대해 감사하다”고 했다.
다만 “주 재무제표가 연결재무제표이기 때문에 합병비율 재조정 시 별도재무제표가 아닌 연결 재무제표상의 순자산가치를 반영했어야 했다”며 “일반 주주의 권리 보호 측면은 여전히 아쉽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