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코노미] “결혼은 성공의 사다리”...‘블랙의 신부’로 보는 결정사의 세계

입력 2022-07-29 17:12 수정 2022-07-29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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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코노미는 넷플릭스와 왓챠 등 OTT(Over The Top) 서비스에 있는 콘텐츠를 통해 경제와 사회를 바라봅니다. 영화, 드라마, TV 쇼 등 여러 장르의 트렌디한 콘텐츠를 보며 어려운 경제를 재미있게 풀어내겠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의 신부’ 스틸컷. (출처=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의 신부’ 스틸컷. (출처=넷플릭스 제공)
“사람들은 결국 욕망을 선택하면서 사랑이라고 믿는다”

재혼 전문 결혼정보회사 렉스는 사랑이 아닌 조건을 거래한다. 엄선된 1%의 상류층만이 가입할 수 있는 곳이다. 렉스의 상류층 회원들은 자산과 학력, 직업에 따라 블랙, 시크릿, 다이아몬드, 플래티넘, 골드로 등급이 나뉜다. 렉스에서는 이 클래스를 등급이라 부르지 않고 가치(밸류)라고 말한다. 오직 조건만으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다.

남부러울 것 없는 결혼 생활을 이어가던 혜승(김희선)은 자신이 렉스에 가입하게 될 것이라곤 꿈에도 몰랐다. 대기업 임원 남편과 사랑스러운 딸을 둔 가정주부였던 혜승은 믿었던 남편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된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혜승의 남편은 상간녀 진유희(정유진)에게 속아 횡령범과 성폭행범으로 몰려 극단적 선택을 한다.

모든 걸 잃고 나락으로 떨어진 혜승은 우연히 렉스에서 진유희와 맞닥뜨린다. 진유희는 미혼임에도 렉스의 최고 등급인 ‘블랙’에 속한 게임계 재벌 이혼남 이형주(이현욱)와의 결혼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진유희가 ‘블랙의 신부’가 되어 황금 문으로 입성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던 혜승. 그녀는 복수를 위해 블랙의 신부가 되기로 결심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의 신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의 신부’ 포스터. (출처=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의 신부’ 포스터. (출처=넷플릭스 제공)
‘블랙의 신부’는 결혼정보회사 렉스에서 펼쳐지는 복수와 욕망의 스캔들을 그린 작품이다. 15일 공개된 후 사흘 만에 한국을 비롯한 일본, 홍콩, 대만 등 9개 국가에서 TOP 10에 들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김정민 감독은 “오직 한국에만 존재하는 결혼정보회사를 해외 시청자들에게 흥미롭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는데, 그 전략이 통한 듯하다.

과거에는 서로의 집안 사정을 잘 아는 중매인이 연을 맺어주는 일이 흔했다. 지금은 그 인륜지대사가 기업화했다. 결혼정보회사는 줄여서 ‘결정사’라고 부른다. 법률상 명칭은 ‘결혼중개업’이다. 결혼정보회사는 크게 국내 결혼정보회사와 국제 결혼정보회사로 나뉜다. 여성가족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2월 기준 국내 결혼중개업체는 761개, 국제 결혼중개업체는 397개다.

평소 광고를 통해 접하는 결혼정보회사들은 규모가 매우 큰 편에 속한다. 여가부의 ‘2020년 결혼중개업 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2019년 12월 기준 국내 결혼중개업체 중 연평균 매출액이 1억 원 이상인 곳은 10.9%에 불과했다. 연평균 매출액이 1200만 원 미만인 업체가 54.6%로 절반 이상이다. 영세·중소 규모가 결혼중개업체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의 신부’ 스틸컷. (출처=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의 신부’ 스틸컷. (출처=넷플릭스 제공)
국내 결혼중개업체 중 회원 수가 300명 미만인 곳이 80% 이상이다. 2019년 12월 기준 국내 결정사가 보유한 회원 수는 ‘29명 이하’가 51.8%, ‘30~299명’이 30.4%, ‘300명 이상’은 17.8%였다.

2017~2019년의 3년간 국내 결혼정보업체의 전체 산술평균값을 보면 이용계약 건수는 66건, 미팅(만남) 건수는 249건, 성혼 건수는 7.5건을 기록했다. 3년간 매출 평균 1억 원 이상, 회원 수 300명 이상, 설립시기 2010년 이전인 사업체의 평균 성혼건수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3년간 매출 평균이 1억 원 이상인 곳은 연평균 51.2건을 성혼시켰고, 1200만 원 이하인 곳은 연평균 1건에 불과했다.

드라마 속 결혼정보회사 렉스는 회원들을 등급제로 관리한다. 현실의 국내 결혼정보회사들은 각각 다른 정책을 활용하고 있다. 다만 대표적인 국내 결혼정보 회사인 듀오와 가연에는 드라마와 달리 ‘등급’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의 신부’ 스틸컷. (출처=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의 신부’ 스틸컷. (출처=넷플릭스 제공)
듀오 관계자는 “연봉, 자산, 학벌, 직업 등과 같은 경제적인 조건뿐만 아니라 가치관, 성격 및 성향 등 회원의 전체적인 상황과 니즈를 고려하여 가입 프로그램을 결정하고 매칭을 진행하기 때문에 등급표 같은 건 절대 있을 수 없다”고 전했다.

다만 회원 가입 시 상품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가연은 초혼 고객들을 대상으로 10종류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가장 저렴한 ‘G0’ 상품은 198만 원, 가장 비싼 ‘Y4’ 상품은 6050만 원에 달한다. ‘G0’의 경우 ‘무난한 이성상과 폭넓은 조건으로 진행을 원하는 분’을 추천대상으로 소개하고 있다. ‘Y4’ 상품은 ‘직업, 경제력, 가문 등 최상위 품격을 갖춘 분과의 만남을 원하는 분’을 추천대상으로 설명한다. 회원에 등급을 매기지는 않지만 상품 가격으로 차등을 두고 있는 셈이다.

‘블랙의 신부’에서 결혼정보회사는 재산과 직업, 배경 등 조건으로 사람의 등급을 구분하는 자본주의의 산물처럼 그려진다. 하지만 현실에서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인연을 만나는 건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결정사를 통해 진정한 사랑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 다만 ‘선(先)조건 후(後)사랑’으로 평생을 함께할 결혼 상대를 만나야 하는 현실이 조금은 씁쓸하기도 하다. 혜승이 블랙의 신부가 된다면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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