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향후 2년 동안 정부와 제약바이오 산업계의 협력이 강화되고, 신약 허가와 출시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됐다. 또한 지난 2년여 간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백신·치료제 개발 분야의 정부와 산업계 협력이 제약바이오 산업 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됐다.
글로벌 생명과학 기업 싸이티바는 21일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 회복지수 특별좌담회’에서 전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 대상의 ‘2021년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 회복지수(이하 회복지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이날 ‘정부 정책 및 규제’를 중심으로 향후 정부와 산업계 협력 방안을 전망하기 위한 2022년 회복지수 조사도 함께 공개했다.
이날 좌담회는 ‘지속 성장을 위한 산업·정부 협력 방안’ 주제로, 최준호 싸이티바코리아 대표가 사회를 맡아 진행됐다. 패널로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 이정석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회장, 박승범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부학장, 프란시스 반 패리스 싸이티바 아시아태평양 총괄사장이 참석했다.
지난해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전체 20개 국가 중 7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2021년 회복지수’ 조사는 싸이티바가 20개 나라 1165명의 제약바이오 업계 임원진과 의료정책 입안자들을 대상으로 했다.
이 조사는 현재 직면한 위기에서 우리의 강점과 약점을 이해하기 위한 제약바이오 산업 회복지수를 평가하기 위한 것으로, 전체 평균 지수(7.5점 만점)에 6.6점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5개 항목 중 가장 높은 회복지수는 정부 정책 및 규제(6.96점)이었다. 이어 공급망 회복력(6.72점), 연구개발(R&D) 생태계(6.54점), 제조 민첩성(6.5점), 인적 자원(6.27점) 순이었다.
조사 대상 20개 국가 중 미국이 7.12점으로 1위, 스위스가 7.08점으로 2위였다. 한국은 6.76점으로 7위이자 아태 지역 1위를 차지했다. 한국에 대한 세부 항목별 평가에서 연구개발 생태계와 정부 정책 및 규제 분야에서 4위, 인적 자원 9위, 공급망 회복력 10위였으나 제조 민첩성은 14위를 기록했다.
전 세계 18개 국가 매출 약 800억 이상 규모의 제약바이오 기업 임인진 500명을 대상으로 한 ‘2022년 회복지수’ 조사에서는 향후 정부와 제약바이오 업계 협력에 대해 긍정 전망이 많았다. 특히 조사 대상의 60%는 향후 2년 동안 신약 허가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코로나19라는 초유의 팬데믹 기간 백신과 치료제 승인 과정에서 정부와 산업계가 협력해 ‘동시 검토 및 승인’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도입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제롬 김 사무총장은 “팬데믹 기간 기업의 연구 수행과 규제기관인 정부가 동시에 검토하는 ‘롤링 리뷰’가 진행됐다. 이는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이 지속 가능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승범 부학장은 “규제기관의 불필요한 행정절차를 줄여 효과를 냈다는 것을 경험한 만큼 팬데믹 이후에도 규제기관의 행정 소요 시간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의약품 허가 과정에서 안전성 이슈는 여전히 기존과 동일하겠지만, 신약 허가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요구되던 행정적 지연이 개선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신약허가 프로세스 단축에 따른 비용 절감 및 신약개발 주기 관리가 가능하다”며 “이는 기업의 효율성 및 글로벌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정석 회장은 “팬데믹이라는 외부요인으로 정부와 산업계 협력이 강화됐다는 점은 오히려 아쉬운 점”이라며 “신약 허가 절차에서 빠른 결과를 낸 효율적인 협력은 긍정적인 면”이라고 평가했다.
정부 지원과 관여에 대한 제약바이오 산업계의 만족도는 높지 않았다. 조사 결과 정부 지원이 산업에 긍정적 효과를 줬다는 답변 비율은 50%였고, 특히 산업혁신과 인재 확보 측면에서는 49%만이 긍정적이라고 봤다. 또한 정부와 산업계 협력에 따른 긍정 변화 중 ‘인재 발굴 능력’ 역시 49%에 그쳤다.
인재 부족에 대해 프란시스 반 패리스 총괄사장은 “바이오 공정에서 가장 기본인 장비 세척 업무에도 5년 이상의 트레이닝이 필요할 정도로 현장형 바이오 전문가 양성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바이오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산업뿐만 아니라 정부 협조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장기적 계획과 투자를 요구하는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정부 주도하에 인재 양성을 담당하는 통합기관을 마련해 운영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제롬 김 사무총장은 한국이 2025년까지 세계 5위의 백신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지금 바로 우수한 바이오 분야 인재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박 부학장은 “우수한 인재 육성을 위해 혁신이 필요하다. 우수한 융합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으로 무엇을 달성할 것인지 정부와 산업계, 학계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좌담회를 주관한 최준호 대표는 “이번 보고서에서 한국 사례가 여러 번 공유될 만큼 한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오늘 논의된 내용들이 향후 정부와 산업 협력에 반영되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만드는 ‘새로운 글로벌 표준’을 기대해 보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싸이티바(Cytiva)는 바이오 의약품 개발 및 생산에 필수적인 핵심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생명과학 기업이다. 전 세계 40개 국에 걸쳐 1만 명 이상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싸이티바는 전 세계 9개 국가에 바이오 인재 육성을 위한 트레이닝 센터를 두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인천 송도에 ‘APAC 패스트 트랙 센터(Fast Trak Center)’를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