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자의 미소, 빚 진자의 눈물’…인플레 양극화 본격화

입력 2022-07-17 09:00 수정 2022-07-1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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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예금 4%대 목전…현금자산가 분산 투자 선택지 늘어
대출금리 8%대 예고…취약차주 상환 부담 갈수록 커져
은행권 “금리 상승기, 자산가와 취약차주 양극화 부정할 수 없어”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여ㆍ수신 금리 상승 속도와 폭이 가팔라지면서 금융소비자 사이에서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연 1%대 수준이던 은행 예금 금리가 3%대로 높아지면서 현금 자산가들은 분산 투자 선택지를 늘린 반면, 신용대출 금리 상단이 8%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에 취약 차주들은 대출금 갚을 생각에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0.5%포인트) 등을 고려해 예·적금 금리를 일제히 올렸다. KB국민은행은 오는 18일부터 정기예금 및 적립식 예금 33종의 금리를 0.7%포인트(p) 올린다. 금리 조정으로 KB골든라이프연금우대예금은 최고 연 2.95%, KB골든라이프연금우대적금은 최고 연 3.05%로 인상된다. KB마이핏적금은 최고 연 4.40%로 변경된다.

신한·우리·하나은행도 수신상품 금리를 올렸다. 신한은행도 최근 25개 상품의 금리를 최고 0.7%p 인상해 3%대 예금, 5%대 적금이 등장했다. ‘신한 쏠만해 적금’은 최고 연 5.3%까지 올랐다. 우리은행도 21개의 정기예금과 25개의 적금 금리를 최대 0.80%p 올렸고, 하나은행은 적금 22종, 예금 8종 등 총 30종의 기본금리를 최대 0.9%p 인상했다.

금리 상승기로 예금 중에서도 4%대 이자 상품이 곧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단순 계산하자면 현금자산 10억 원을 운용할 경우 과거에는 연간 이자를 1000만 원대만 받을 수 있었다면 앞으로는 4000만 원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 5대 시중은행에는 7월 들어 13일까지 10조 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예ㆍ적금에 새로 들어왔다.

반면 대출을 갚아야 하는 상환 의무자들의 상황은 다르다. 이번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규제지역의 9억 원 아파트(대출금액 3억6000만 원·대출금리 연 3.70%·30년 분할 상환·원리금 균등방식)를 구입한다고 가정했을 때 기존보다 연간 이자를 120여만 원 더 내야 한다. 매월 납부해야할 대출금이 10만 원 더 늘어나는 셈이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이미 연 6%대, 신용대출 상단은 7%대다. 앞으로 각각 상품의 상단이 7%대, 8%대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은은 작년 9월 기준 가계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기준금리 0.25%p, 0.5%p 인상 시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2020년 말 대비 3조2000억 원, 6조4000억 원씩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 인상 시기에 자산가들은 자산 굴리기에 대한 선택지가 늘 수 있는 반면, 취약차주들은 상대적으로 대출 금리 상승에 대한 부담을 더 크게 느낄 가능성이 크다”며 “금융소비자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자산가들과 취약차주의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는 현상은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양극화 현상으로 취약차주의 보호가 중요해진 만큼 재정과 금융지원의 영역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가 올라가면 영세계층은 자금을 운용할 여유가 없으니 그 여유를 만들어주는 부분에 중점을 두고 정책을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금융시장에서 적용되는 원리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다. 이자를 낮춰도 대출을 갚긴 해야 한다. 금융시장에서 자꾸 도와준다고 하면 부채만 쌓이게 될 수 있다”며 “복지(재정)와 금융 지원을 분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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