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코로나19 환자 창궐한 북한...백신 줘도 무용지물인 이유

입력 2022-05-17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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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비상협의회를 연 뒤 평양 시내 약국들을 직접 시찰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마스크를 두 장 겹쳐쓰고 약국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비상협의회를 연 뒤 평양 시내 약국들을 직접 시찰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마스크를 두 장 겹쳐쓰고 약국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북한 코로나19 발열자수는 벌써 121만 명을 넘어섰으며, 사망자도 56명에 달한다. 북한의 열악한 의료 환경으로 사실상 방역 체계가 붕괴했다는 예측까지 나온다. 북한이 확진자가 아닌 유열자를 기준으로 집계하는 것도 자가검사 키트와 유전자증폭(PCR) 검사 물자조차 없어 몇 명이나 확진됐는지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제 사회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고려하고 있으나 워낙 열악한 북한의 의료상황으로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17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5일 18시부터 16일 18시까지 전국적으로 26만9510여 명의 유열자(발열자)가 새로 발생하고 17만460여 명이 완쾌됐으며 6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북한이 지난 4월 말부터 발표하기 시작한 코로나19 확진 의심 유열자 수는 이달 17일까지 누적 148만3060여 명으로 150만 명에 육박했다. 누적 사망자는 56명이다.

그간 북한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사실을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다가 이달 12일부터 공식 인정했다. 그러나 실제 코로나19 확산은 2~3주 전부터 시작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24일께부터 북한과 중국의 국경이 봉쇄됐다는 전언이 나왔고, 지난달 말 북한이 중국에서 코로나19 관련 의약품 확보를 시작하자 중국에서 방역 물자 등을 지원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북-중 국경 봉쇄가 이뤄진 뒤인 25일 평양에서 대규모 열병식이 열린 것을 두고, 확진자가 나왔음에도 열병식을 강행했다는 지적도 있다.

▲(연합뉴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이 15일 소집한 비상협의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의약품이 제때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며 중앙검찰소장 등을 강하게 질책하며 담뱃갑에서 담배를 꺼내들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이 15일 소집한 비상협의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의약품이 제때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며 중앙검찰소장 등을 강하게 질책하며 담뱃갑에서 담배를 꺼내들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코로나19 방역 상황을 두고 정치국 비상협의회를 주재해 중앙검찰소장 등을 강하게 질타하고 인민군 투입 명령을 내리는 등 방역 당국을 채찍질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상조치들에도 확산세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에 전 세계가 북한을 주시하며 우려하고 있다. 푸남 케트라팔 싱 세계보건기구(WHO) 남동아시아 지역국장은 16일 성명을 발표해 “북한이 아직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지 않아서 즉각적이고 적절한 조치로 억제하지 않는다면 바이러스가 빠르게 퍼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WHO는 북한 정부와 주민들이 팬데믹에 대응하며 생명을 구할 수 있게 지원할 준비가 됐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도 16일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2022년도 2차 추가경정예산안 시정 연설에서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남북관계 정치, 군사적 고려 없이 언제든 열어놓겠다는 뜻을 누차 밝혀왔다”며 “북한 당국이 호응한다면 코로나 백신을 포함한 의약품, 의료기구, 보건 인력 등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지난해 8월 18~49세 대상 예방접종을 앞두고 서울 마포구민체육센터에 마련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관계자가 화이자 백신이 보관된 저온냉동고를 확인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8월 18~49세 대상 예방접종을 앞두고 서울 마포구민체육센터에 마련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관계자가 화이자 백신이 보관된 저온냉동고를 확인하고 있다.
이렇듯 국제사회에서 북한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으나, 정작 북한이 인도주의적 지원을 받을 여건이 안 된다는 암울한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일단 백신을 지원하더라도 백신을 보관하고 배급할 시스템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코로나19 백신은 ‘콜드 체인’이 구축돼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모더나 백신은 영하 20도, 화이자는 영하 70도에서 관리돼야 해 초저온 냉동보관시설이 필수적이다. 또한, 바이러스 전달체(벡터) 방식으로 제작된 아스트라제네카(AZ)와 얀센, 노바백스 백신 역시 2~8도에서 보관돼야 한다.

바이러스 벡터 형식 백신 지원이 그나마 현실적이지만, 북한은 지난해 코벡스(COVAX)가 배정한 297만 회분 중국산 시노백 백신을 거부했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부작용을 우려한다며 지원받지 않았다.

이 때문에 북한에 백신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콜드체인 시설까지 함께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더 나아가 콜드체인을 가동할 휘발유나 전기 발동차도 함께 제공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하지만 1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위원회 자료와 전문가 보고서 등에 따르면 북한에 최소한의 콜드체인은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콜드체인 장비 등을 포함한 대북 의료물품 지원 사업 제재 면제도 지난해 12월과 3월 차례로 이뤄져 전문가들은 평양 등 주요 거점에서는 콜드체인을 가동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물론 이는 매우 국소적인 규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약품만 갖췄다고 백신이 접종이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백신 접종 경험이 부족한 북한 의료 체계 때문이다.

▲(연합뉴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12일(현지시각)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12일(현지시각)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북 지원 자체에 대한 회의론도 여전히 존재한다. 인도적 차원의 지원도 군비 증강 자원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각) 미국 백악관 정례브리핑에서 젠 사키 대변인은 “북한은 코벡스 백신 지원을 계속 거절했다”며 “미국은 현재 북한과 백신을 공유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또한, “북한이 북한 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여러 분야의 인도적 지원도 거부하고 있다”며 “자국민들을 계속 착취하고 있으며, 불법적인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자원을 전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북한의 가장 취약한 계층을 상대로 한 중요한 인도주의적 지원 제공에 대한 국제적인 노력은 지지한다”고 했다.

전문가들 역시 북한 주민들을 위한 인도적 차원에서 북측에 지체 없는 의료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1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박기범 하버드 의과대학 한국보건정책프로젝트 국장은 “지금은 이것저것 따질 시간이 아니다”라며 “사람들이 죽고 있는데 우리가 막고 치료할 수 있는 사람들이므로 빨리 (지원을) 보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북한 사람들은 영양이 부족하고 결핵 (감염자) 수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몸이 약하니 사망률이 다른 나라보다 높을 수 있다”며 “치료제와 항생제를 중심으로 한 국제 사회의 빠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빠른 지원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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