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수입규제 정책은 트럼프 정부 때보다 다소 완화됐지만, 언제든 다시 강화될 수 있는 만큼 우리 정부와 기업이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4일 발표한 ‘바이든 정부 1년, 미국의 무역구제제도 운용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반덤핑, 상계관세, 세이프가드 등 외국 기업에 대한 무역구제 조치를 적용하기 위해 지난해 단행한 신규 조사개시 건수는 총 35건이다. 2020년의 120건 대비 70% 이상 감소했다.
특히 수출자의 반덤핑 관세율을 상승시키는 여러 문제적 조사 기법의 활용 빈도가 트럼프 행정부보다 줄었다. ‘특별시장상황(PMS)’이 대표적인 조치다. 2015년 도입된 PMS는 수출국의 조사대상 물품 시장이 특별한 상황에 있다고 판단되면 내수판매가격 대신 구성가치를 활용해 덤핑마진을 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 정부가 자의적인 계산방법을 적용해 덤핑마진을 매기는 근거로 활용됐다.
미국의 PMS 적용은 2017년 1건에서 2020년 10건으로 다양한 수출국과 제품군으로 확대됐지만, 2021년에는 제소된 21건 중 2건에만 적용하며 완화된 기조를 보였다.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에서 상무부의 PMS 적용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파기환송 건이 증가하면서 PMS 존재 여부에 대한 상무부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행정부 상무부는 CIT 판정에 불복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산 철강제품도 PMS 규정을 빈번히 적용받았지만, 예비판정에서 PMS가 인정됐음에도 2021년 최종판정에서는 기각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무역협회 보고서는 미국이 언제든 다시 수입규제 고삐를 조일 가능성이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보고서는 “PMS 적용 관행이 둔화하기는 했지만, 조사방법 자체가 폐지된 것은 아니며 언제든 PMS 인정이 늘어날 수 있다”며 “최근 상계관세 조사에서 한국의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보조금으로 인정되는 등 새롭게 보조금으로 인정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기업의 대응 부담 또한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무역구제 조치와 규제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관련 법 제도도 활발히 정비하고 있다. 미 하원은 지난 2월 보조금이 지급된 중국산 원자재 사용 제품을 대상으로 한 조항(초 국경 보조금), 인위적인 환율조정에 대응하기 위한 조항(통화 저평가) 등 강력한 대중국 상계조치 내용을 담고 있는 '경쟁법안(COMPETES Act)'을 통과시켰다. 또, 지난해 개정한 반덤핑ㆍ상계관세 규칙을 통해 조사 절차를 개선하고 효과적인 집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김경화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경쟁법안은 상ㆍ하원 조정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최종 법안에 무역구제 개정안이 얼마나 반영될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미 의회가 중국 견제라는 목표에 초당적으로 대응하고 있어 무역구제제도를 강화하는 법제 정비는 계속될 것”이라며 “미국의 무역구제 입법 동향과 조사 당국의 관행 모니터링, 대응방안 모색에 민관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