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하고 '횡령' 사건이 터지고 있다. 터지는 사건 마다 역대급이다. 개인의 횡령액 규모로 전례 없는 '오스템임플란트 횡령사건'에 세금으로 마련된 재원을 115억 원이나 횡령한 공무원 횡령사건도 터졌다.
그간 크고 작은 횡령으로 몸살을 앓았던 우리 사회가 또다시 연이은 횡령 사태를 겪으면서 그 원인에 관심이 쏠린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유독 횡령이 잦았다. 심지어 대기업도 횡령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다. 실제로 2012년에는 삼성전자의 대리급 직원이 165억 원을 횡령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최근에도 횡령 관련 소식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특히 지난해 12월 31일 코스닥 상장기업 오스템임플란트에서 발생한 횡령은 그 규모가 최초 공시 당시 1880억 원 수준에서 2215억 원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이는 자기자본대비 108.18%에 해당하는 규모로 상장사 횡령 역사상 최대 규모라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횡령을 저지른 혐의를 받는 이모(44)씨는 재무팀장으로 근무하며 2020년 11월부터 약 1년간 빼돌린 돈으로 주식 투자를 한 뒤 큰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횡령액 중 1414억 원은 회수됐지만, 이씨가 투자로 잃은 762억 원은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지난달 18일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상장폐지로 결정된 신라젠 역시 그 사유가 횡령이었다. 신라젠은 지난 2020년 5월 문은상 전 대표 등 전·현직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로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이후 약 1년 8개월간 거래 정지 상태로 경영 개선계획 이행 내역서 등을 거래소에 제출해왔으나 기심위의 상장폐지 결정을 막지는 못했다. 아직 코스닥시장위원회의 결정 등이 남아 완전히 상장폐지가 결정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공금 115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서울 강동구청 소속 7급 공무뭔 김모(47)씨가 3일 검찰에 넘겨지기도 했다 김씨는 2019년 12월부터 2021년 2월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빼돌린 돈을 주식투자에 사용했다가 큰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횡령 후 되돌려 놓은 38억 원 외의 77억 원가량의 환수가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24일 이 사실이 밝혀지자 공무원 신분으로 거액의 공금을 횡령했다는 점에 큰 비난이 쏟아졌다.
이처럼 횡령이 자주 일어나는 이유로는 경제사범에 대한 미약한 처벌이 꼽힌다. 형법상 횡령죄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업무상 횡령죄의 경우 처벌이 더 무겁다. 형법에 따르면 업무상 횡령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횡령액이 5억 원 이상일 경우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이 적용돼 가중처벌된다. 횡령액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 원 이상 횡령의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받는다.
특가법에 따르면 무기징역에 달하는 중형이 선고될 수 있지만 실제 선고는 국민감정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계열사 6곳에서 2235억 원 상당을 횡령·배임한 혐의를 받는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1심 선고에서 2년 6개월 형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또 재판부는 “도주할 염려가 없어 보이고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법정구속하지 않았다.
이처럼 횡령에 대해 가벼운 처벌이 이어지자 경제사범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그 피해가 신라젠 주주 사례처럼 일반 개인에게 전가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횡령액에 대한 철저한 회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대검찰청의 ‘2021 범죄분석’에 따르면 2020년 개인·기업 등의 횡령 피해액은 2조7376억 원에 달했으나 자금 회수는 피해액의 4.8%인 1312억 원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