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의 비밀] ③ 알프레드 노벨은 경제를 몰랐다?

입력 2020-10-1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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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상, 타 분야보다 75년 늦게 제정
노벨 유언 남길 당시 경제학 ‘학문’으로 인정받지 않아
기존 노벨상과 다르게 평가받기도

▲지난해 아브히지트 바네르지 메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노벨 경제학상 수상 후 모교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캠브리지/AP뉴시스
▲지난해 아브히지트 바네르지 메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노벨 경제학상 수상 후 모교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캠브리지/AP뉴시스
한국인 유력 후보가 등장한 이번 노벨상은 어느 때보다 국내에서 가지는 관심이 컸다. 비록 수상은 불발됐으나 노벨상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는 평들이 연이어 나옴에 따라 차기 노벨상을 보는 시각은 전보다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6개 부문으로 나눠 수상하는 노벨상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수상자 선정 기관이 통일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흔히 노벨상이기에 노벨상위원회가 수여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생리의학상은 카롤린스카의학연구소가, 문학상은 스웨덴 한림원이, 평화상은 노르웨이노벨위원회가 선정한다. 나머지 물리학상과 화학상, 경제학상은 스웨덴 왕립아카데미에서 수상자를 뽑는다.

또 다른 특징은 바로 경제학상의 기원이다. 노벨 경제학상은 노벨의 유언으로 노벨상이 제정된 1895년에서 75년 가까이 지난 1969년에 만들어졌다. 노벨이 생전 노벨상에 대한 유언을 남길 당시 경제학이 ‘학문’으로써 인정받지 못했던 탓이다. 현재 노벨상 분야 대부분이 기초과학에 집중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에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브히지트 바네르지 메사추세츠 공대(MIT) 교수를 배출한 인도에서는 수상 당시 경제학상이 과연 노벨상이 맞는지에 대한 논쟁이 일기도 했다. 소셜미디어 상에서 “노벨상이라 부르지 말고 노벨을 기리는 스웨덴 은행이 수여하는 상이라고 부르자”, “노벨을 기리는 것이지, 노벨이 주는 건 아니다” 등의 의견들이 나왔다. 이는 노벨 경제학상의 정식 명칭이 ‘The Sveriges Riksbank Prize in Economic Sciences in Memory of Alfred Nobel’인 데서 비롯된다. 그대로 번역하면 ‘노벨을 기리는 스웨덴중앙은행상’ 정도 되겠다.

이에 현지 매체 타임즈오브인디아는 ‘경제학상은 진짜 노벨상이 아닌가?’ 제하의 보도에서 “경제학상 수상은 다른 상들과 함께 발표되고 있으며, 공식 웹사이트 카테고리에서도 차별받지 않고 있다”며 관련 의견들을 부정했다. 이어 “노르웨이에서 선정되는 평화상과 달리 경제학상은 물리, 화학상과 마찬가지로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선정되고 있다. 비록 노벨의 의지와 별개로 만들어졌지만, 노벨상으로 인정받는 이유”라고 거듭 강조했다.

경제학상은 상금 규모 역시 다른 상들과 같다. 다만 해당 상금을 노벨재단이 아닌 스웨덴 중앙은행에서 준다는 점은 노벨상을 부정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노벨상이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기술혁신과 학문개발 등을 쫓아오지 못한다는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속 정보통신기술(ICT)을 비롯한 컴퓨터공학, 환경과학 등 평가받을 가치 있는 분야가 늘어나는 만큼, 경제학상을 인정하는 것을 넘어 시상에서 세부 분야가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루징 더 노벨 프라이즈(Losing the Nobel Prize)’ 저자 브라이언 키팅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노벨상은 철 지난 과학에 대해 상을 수여하고 있다”며 “창립 당시의 비전을 생각해서라도 노벨상 재조직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엔 영국 윌리엄 왕세손이 750억 원 규모의 환경 부문 노벨상을 만드는 등 이른바 ‘대안 노벨상’들도 등장해 노벨상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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