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판 뉴딜펀드, 盧정부 모태펀드 판박이…혈세 낭비 논란

입력 2020-10-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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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개 품목 이름만 바꿔 중복투자
운용방식·자금조달 15년 전과 흡사
전문가 “중복사업에 세금 20조 투입”
정부 “투자대상 넓혀 차별화” 반박

한국판 뉴딜펀드가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한국벤처투자(KVIC)의 모태펀드의 ‘재탕’ 정책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설계와 운용 방식을 비롯해 투자 분야도 거의 흡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혈세 중복 지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모태펀드 규모를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형태의 펀드를 이름만 바꿔서 새롭게 출시하는 것은 ‘선심성 정책’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5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국민참여형 한국판 뉴딜펀드 후속조치 추진방안’에 명시된 40개 투자 분야와 197개 품목이 한국벤처투자가 이미 출자·투자하고 있는 18개 산업 분야와 대부분 중복됐다. 뉴딜펀드의 운용방식과 자금 조달방법 또한 정부 기관의 출자와 대출을 기반으로 하는 모태펀드와 일치했다.

한국벤처투자는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출범한 기타공공기관이다. 정부기관이 조성하는 모태펀드 자금을 관리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모태펀드는 정부와 정책금융기관 출자를 통해 벤처투자를 위해 마련된 펀드다. 정부가 ‘모펀드‘를 조성하고, 여기에 국민이나 금융기관이 매칭 형태로 참여하는 ‘자펀드’를 결성한다. 운용기간은 2035년까지다. 중소기업벤처부·문화체육관광부·고용노동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교육부·환경부·해양수산부·국토교통부 등 13개 행정부처가 출자에 참여하고 있다.

모태펀드 자본금은 올해 6월 기준 5조6282억 원으로 800여 개의 출자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해당 출자펀드로 6383개의 기업이 투자받고 있으며, 투자금액은 19조4869억 원에 달한다. 투자 대상은 중진·청년·혁신모험·소재부품장비·엔젤·지방·문화·관광·스포츠·영화·특허·과기·보건·환경·해양·도시재생·국토교통혁신·교육 등 18개 분야다.

기재부가 발표한 정책형 뉴딜펀드 투자 분야 중 디지털뉴딜에 해당하는 맞춤형 의료·스마트헬스케어·첨단외과수술 등이 한국벤처투자 투자 분야인 보건계정과 중복된다. 게임·영화·방송·애니메이션·창작·공연·핀테크 등이 문화계정·영화계정·과기계정과도 일치한다. 그린뉴딜 투자 분야에 해당하는 바이오소재·신재생에너지·환경개선·환경보호 등은 환경계정과 중복된다. 이외에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을 아우르는 스마트팜·실감형 콘텐츠·능동형 컴퓨팅·로봇 등은 소재부품장비계정·도시재생계정·국토교통혁신계정과 일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이미 정부가 많은 세금을 투입해 한국벤처투자의 모태펀드 규모를 매년 키워왔는데 중복 사업인 뉴딜사업을 위해 5년간 20조 원의 세금을 추가로 투입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란 지적을 내놨다. 특히 기존의 모태펀드와 유사한 정책임에도 새로운 이름을 붙여 원금 보장이라는 프레임으로 홍보하는 것은 선심성 정책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모태펀드와 뉴딜펀드의 투자 범위만 보면 중복되는 부분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완전히 똑같지는 않을 것”이라며 “최근 발표한 투자 대상은 최대한 넓게 설정된 것이고, 실제 투자할 때는 운용사들이 범위를 좁게 설정해 구체적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차별성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빈기범 명지대 교수는 “뉴딜펀드는 모태펀드와 투자 방식, 분야가 완전 판박이다. 유일한 차이점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규모를 키웠다는 것이다. 뉴딜펀드는 정권이 바뀐 뒤 모태펀드가 투자하고 있는 18개 계정에 19번째 ‘뉴딜계정’으로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모태펀드가 실제 투자하고 있는 펀드 절반은 스타트업이라기보다는 어느 정도 연식이 있는 기업이기 때문에 기업 규모로 투자의 차별성을 둔다는 것은 애매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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