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업계 '하투' 시작…'코로나19ㆍ미래차' 여파 복잡해진 셈법

입력 2020-07-30 11:09 수정 2020-07-3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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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기본급 인상 등 요구하며 교섭 돌입…'고용 안정' 쟁점으로 떠올라

▲현대차 노사의 임단협 교섭 모습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차 노사의 임단협 교섭 모습 (사진제공=현대차)

자동차 업계의 임금 교섭 기간인 ‘하투(夏鬪)’가 시작됐다.

올해 교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는 초유의 상황 속에 치러지는 탓에 노사 모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측은 임금 인상 여력이 없음을 호소하고 있고, 노동조합 역시 어려운 회사 상황을 마냥 무시할 순 없어서다.

또한, 전동화로의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로 일자리 감소가 예상됨에 따라 ‘고용 안정’ 역시 이번 교섭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30일 차 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산하에 있는 3개 완성차(현대차ㆍ기아차ㆍ한국지엠)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 요구안을 확정 짓고 교섭을 시작했다. 3사 노조는 금속노조가 제시한 공동 요구안인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을 안건에 담았다.

성과급 지급도 요구했다. 현대차 지부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30%를, 기아차 지부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밝힌 상태다. 두 노조 지부는 여름휴가 이후인 내달 중순께 본격적인 교섭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미 교섭을 시작한 한국지엠(GM) 지부도 성과급으로 통상임금의 400%와 일시금 600만 원을 요구하고 있고,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은 △기본급 7만1687원(4.69%) 인상 △일시금 700만 원 지급 등을 요구안에 담았다.

완성차 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실적 악화로 노조 측의 요구안을 도저히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대차는 2분기에 지난해 절반 수준인 5903억 원의 영업익을 거뒀고, 기아차도 영업익이 72% 감소했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도 수출이 줄며 올해 상반기 판매량이 각각 28%, 21% 줄었다. 게다가 코로나19 여파가 언제까지 지속할지도 불확실한 만큼 고정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임금 인상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조 지도부도 고민은 깊다. 코로나19 사태로 회사가 생산 중단을 겪는 등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다. 그런데도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조합원의 목소리를 처음부터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일단 과한 요구안을 협상 초기에 낸 것이다.

한 완성차 업체 노조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산업 여건이 좋지 않은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선제적으로 임금 동결을 요구할 수도 없어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부품업계 사측 관계자도 “회사 차원에서는 어려움을 호소할 수밖에 없다”면서 “조합원의 요구를 만족시켜야 하는 노조 지도부도 머리가 아플 것 같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코로나19의 여파로 수출길이 막히며 가동을 멈춘 기아자동차 광주2공장의 완성차 주차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코로나19의 여파로 수출길이 막히며 가동을 멈춘 기아자동차 광주2공장의 완성차 주차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상황 탓에 노조는 교섭 테이블에 임금 인상뿐 아니라 고용 유지와 미래차 산업 대책을 함께 올렸다. 만족할만한 임금 인상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자 코로나19 사태와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비한 고용 안정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대차 노조는 조합원에게 “총생산 물량의 70%가 넘는 수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사측에 공세적 입장을 취하기 쉽지 않다”며 “집행부는 올해 교섭 키워드를 ‘생존’과 ‘미래’로 잡았다. 4차산업과 관련한 고용보장과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대안 마련에 투쟁의 방점을 찍을 것”이라 강조하기도 했다.

기아차 노조 역시 전기차ㆍ수소차 전용설비와 핵심부품 공장을 국내에 설립할 것을 요구했고, 한국지엠은 부평 2공장의 활용 방안을 담은 미래발전전망 제시를 사측에 촉구한 상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노사가 예상보다 빨리 이견을 좁힐 가능성도 제기된다. 교섭을 오래 끌수록 양측 모두에 부담이 되는 만큼, 미래에 관한 대응책 마련을 매개로 협력을 이끌 수 있다는 설명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교섭 초기에 기본급 인상 등 과한 요구안을 내는 건 노조의 오랜 전략"이라며 "노조가 고용 안정과 관련한 답을 받아내고 올해 교섭을 빨리 마무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노조 관계자도 “협상은 서로의 입장 차를 확인하며 이견을 좁혀가는 과정인 만큼, 여름휴가 이후에 교섭을 지속하다 보면 윤곽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평택공장에서 열린 임단협 조인식에서 쌍용자동차 예병태 대표이사(오른쪽)와 정일권 노동조합 위원장이 합의안에 서명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쌍용차)
▲평택공장에서 열린 임단협 조인식에서 쌍용자동차 예병태 대표이사(오른쪽)와 정일권 노동조합 위원장이 합의안에 서명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쌍용차)

한편, 교섭을 신속히 마무리 짓고 일찌감치 위기 극복에 집중하겠다고 나선 곳도 있다. 쌍용자동차 노사는 지난 4월 임금 동결 등의 내용을 담은 합의안에 서명하며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2010년 이후 11년 연속 무분규를 이어간 것이다. 만도는 이날 노사가 임금동결에 합의했다.

한국타이어 노조는 아예 임금교섭을 회사에 위임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를 노사가 함께 극복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수일 한국타이어 사장은 “경영 환경 위기를 같이 극복하고자 사측에 임금교섭조정 권한을 위임해준 노조에 당혹스럽지만 감사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상호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모든 역량을 결집해 경영 정상화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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