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구입 이후 중대 결함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교환 또는 환불’을 법으로 명시한 자동차 관리법 개정안이 입법발의 4년을 맞았다. 이른바 ‘레몬법’이다.
자동차의 결함으로 인한 교환(또는 환불)은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인 ‘소비자 분쟁 해결기준’을 따른다. 그러나 이 기준은 단순한 권고사항이다.
강제성이 없어 자동차 사용자는 중대한 결함이 반복돼도 제작사 또는 판매사에 교환이나 환불이 요청할 수 없었다. 결함을 지닌 신차가 사고 위험을 안고 그대로 도로 위를 달렸던 셈이다.
이를 개선해 교환 또는 환불을 법으로 명시한 레몬법은 1975년 미국에서 같은 이름으로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뒤늦게나마 지난해 1월부터 레몬법이 시행됐다. 그러나 1년 6개월 동안 갖가지 시행착오가 있었고, 특히 우리 자동차 문화의 특성을 간과한 시행령 탓에 실효성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대한민국 레몬법의 빈틈은 커지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레몬법'에 매달려 보려는 고객을 대응하기 위해 '매뉴얼'까지 만들어 놨다.
대표적인 사례가 법인 차량이다. 우리나라 전체 자동차의 약 28%가 법인차다. 이들은 애초부터 레몬법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차량 등록증에 나와 있는 소유주가 법인 또는 리스사인 경우 레몬법이 명시한 ‘자동차 이용자’는 이들 회사다. 회사에서 차를 받아 이용하거나, 실제 차 값을 매달 지불하며 차를 운행하는 리스차 운전자는 이용자가 아닌, 계약자에 불과하다. 교환 및 환불 요청 자체가 불가능하다.
최근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신차 장기 렌터카'도 마찬가지다.
2008년 20만 대 수준이었던 렌터카 시장은 ‘신차 장기 렌터카’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2018년 기준 200만 대를 넘어섰다. 우리나라 2300만 대 자동차 가운데 약 8%다. 이들도 법인 차에 해당해 레몬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제 자동차에 대한 인식이 ‘소유’에서 ‘공유’로 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레몬법 시행령은 이런 시대 흐름을 간과한 채 출발부터 삐걱거리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동차 업계는 더는 레몬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특히 수입차는 법인 차 비율(약 38%)이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레몬법 자체를 사실상 가볍게 보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레몬법이 철저하게 소비자 중심의 보호제도로 거듭난 것처럼, 우리 역시 법과 제도적 보완이 절실한 때다.
신차 결함이 발생하면 가차 없이 제작사 또는 판매사에 철퇴를 내리는 미국 행정부의 권한은 막강하다. 소비자를 위한 보호법이 미국민에게 '철옹성' 같은 보호막이 된 셈이다. 미국 레몬법은 1980년대 이후 미국 자동차 산업 발전에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