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판매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장기적으로 예상되는 비대면 판매 서비스 수요의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21일 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자동차는 올해 범유럽 지역에 사용될 온라인 판매 시스템을 개발하고 하반기부터는 독일에서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차의 구매 전 과정을 온라인으로 할 수 있다. 온라인으로 차종과 세부 사양을 선택한 뒤 결제를 완료하면 차가 집으로 배달되는 방식이다.
다만, 구매 과정에 기존 딜러가 배제되는 건 아니다. 기아차 측은 "구체적인 상담과 집 앞으로 차를 탁송하는 과정에 딜러가 참여해 기존에 맡던 역할을 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제조사가 자동차를 직접 판매할 수 없는 미국에서는 딜러를 통해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달까지 전체 기아차 미국 딜러의 50%가 플랫폼을 갖췄고, 올해 연말에는 비율이 80%로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기아차는 이미 인도와 러시아에서는 온라인 판매 시스템을 운영 중이고, 중국에서도 상반기 중으로 시스템을 갖추기로 하는 등 온라인을 통한 판매를 글로벌 시장에서 점차 활성화할 계획이다.
현대차 역시 인도와 영국 등에서 클릭 투 바이(Click to Buy)라는 온라인 판매 채널을 마련한 상태다. 다만, 아직 국내 도입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판매 플랫폼 운영에는 이미 다수의 글로벌 자동차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인도에서 메르세데스-벤츠는 ‘Merc from Home’, BMW는 ‘Contactless Experience’라는 이름의 판매 플랫폼을 4월부터 운영 중이다. 혼다(Honda from Home)와 르노(Book Online Pay Later)도 비슷한 채널을 이미 구축했고 볼보, 마힌드라, 지프, 포드는 이달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자동차 업계가 연이어 온라인 판매에 나선 데에는 코로나19 사태가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한국과 달리 해외에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이동 제한이나 봉쇄 명령이 내려진 곳이 있어 완성차 업계가 판매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기존처럼 딜러가 주도하는 대면 판매 방식으로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대응하기 어렵게 되자 업계가 온라인 판매 채널 구축에 발 빠르게 나선 것이다.
대표적으로 인도에서는 3월 25일 국가 봉쇄 명령이 내려진 뒤 모든 공장과 판매 대리점 운영이 중단됐고, 앞으로도 상황에 따라 봉쇄령이 다시 내려질 가능성이 있는 상태다.
장기적으로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고객들이 비대면 구매 서비스를 바라보는 시각이 긍정적으로 변화할 것에 대비해 업계가 온라인 판매 채널을 미리 마련하려는 전략도 깔려있다.
이상우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사태로 판매 채널의 디지털화가 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차별화한 서비스 제공과 딜러와의 관계 설정이 완성차 업계의 핵심 이슈가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