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실적에서 ‘V자 반등’에 성공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연초부터 글로벌 현장경영에 몰두 중이다.
손에 쥔 카드는 ‘미래 전략’. 올해 들어 3주 동안 지구 한 바퀴를 넘게 날아다니며 미래차 시장 선점을 추진 중이다.
정의선 부회장은 2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수소위원회 CEO 총회’에 공동회장 자격으로 참석, 수소 사회 구현을 향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총회 인사말을 통해 “미래 수소 사회로 가는 지름길은 없다. 수소산업 분야별, 단계별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지속해서 행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미래 기후 비상사태와 미래 에너지 전환의 실질적인 3가지 해법을 제시해 관심을 모았다.
그는 수소 에너지를 활성화하기 위해 △기술 혁신을 통한 원가 저감 △일반 대중의 수용성 확대 △가치사슬 전반의 안전관리체계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글로벌 수소전기차 시장에서 일본 토요타와 치열한 경쟁 중이다. 일본 토요타가 거대시장 중국을 겨냥해 수소전기차 저변확대를 노리는 반면, 현대차그룹은 자동차의 영역을 넘어 파워플렌트와 선박, 열차까지 수소 동력원 확대를 추진 중이다.
정 부회장의 미래전략 신호탄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0'에서 시작했다.
그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을 공언하며 △도심 항공 모빌리티와 △목적 기반 모빌리티, 나아가 이 둘을 서로 연결하는 △허브를 공개했다. 자동차 기업에서 벗어나 ‘자동차 이동 서비스’를 추구한다는 복안이다.
CES를 위해 미국을 왕복한 정 부회장은 프랑스 수소위원회와 스위스 다보스포럼 등에 잇달아 참가하며 또다시 유럽을 왕복한다. 약 3주 동안 그의 비행거리만 따져보면 지구 한 바퀴(약 4만2000여㎞)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정 부회장의 이런 글로벌 행보는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기아차는 내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국제 모바일 전시회 MWC에 출사표를 던졌다. 커넥티드 기술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 담겨있다.
올해 ‘북미 올해의 SUV' 타이틀을 거머쥔 기아차가 본격적인 유럽 시장 확대를 노리는 만큼, 이번 행사에 정 부회장의 참여 가능성도 점쳐진다.
재계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의 경우 글로벌 양적 성장이 치열한 시기에 ‘품질경영’과 ‘현장경영’을 앞세워 주요 생산거점을 점검하는 일이 많았다”며 “반면 정의선 부회장의 경우 양적 성장 대신 질적 성장과 새 패러다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